[車산업 위기, 노사관계부터 풀자]임금인상 제한하되 비정규직 보호 강화 스페인 노사도 임금-고용 빅딜… 전문가 “위기극복 사례 배워야”
그러나 피아트의 상황이 반전됐다. 원동력은 노동시장 개혁이다. 일자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노조가 한발 양보한 것이다. 피아트 노사는 2011년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단체협약을 맺었다. 임금 인상 제한, 파업 금지, 전환배치 허용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노사가 협조의 길로 들어서자 경쟁력도 회복됐다. 피아트는 2012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2012년 38만6000대였던 이탈리아 내 생산은 지난해 44만8000대로 늘어났다.
르노의 스페인 법인 노사는 2009년 임금 동결, 전환배치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맺었다. 임금 인상을 제한하되 고용은 보장받는다는 ‘고용과 임금의 빅딜’이 핵심이었다. 노조는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고 탄력근무제와 전환근무를 수용했다. 노사가 손을 맞잡은 뒤 르노의 스페인 공장에는 물량이 다시 들어왔다. 2013년부터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생산 중인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CUV)인 ‘QM3’가 대표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19일 개최한 ‘스페인·이탈리아 자동차산업의 노동부문 개혁 사례 연구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새로운 노사 관계를 정립해야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경직된 노동 법제를 개선해 유연성을 확보하는 한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갔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안정성과 유연성, 고용과 임금은 상쇄 관계였지만 이젠 조화와 균형, 지속 가능성이 화두인 것을 알 수 있다”며 “노사 파트너십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