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의혹’ 파문]檢 떠나 靑 복귀까지 무슨 일이
작년 민정수석 임명장 수여 지난해 3월 1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 우 수석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임명된 지 1년 4개월 만에 ‘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DB
2014년 초 검사장 출신의 홍 변호사와 일선 지청장 출신의 우 변호사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사건을 한창 수임하고 있을 당시 한 변호사는 “갓 퇴임한 전관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다 가져가 버린다”라면서 이처럼 푸념했다.
○ 2013∼2014년 서초동엔 무슨 일이?
재산 공개 대상인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우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뒤인 2014년 8월 처음으로 재산을 공개했는데 총재산은 423억여 원으로 정부 고위 공직자 중 단연 1위였다. 그중 49억 원인 예금 재산이 검사 시절 신고(공개 대상은 아님)한 예금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청와대 검증 당시 “변호사 시절 수임료가 포함됐다”라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우 수석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중수1과장으로 일할 때 상관인 수사기획관이 홍 변호사였다. 인연은 변호사 시절에도 계속돼 두 사람은 서초동의 같은 빌딩 위아래 층에 사무실을 냈다. 일부 의뢰인은 홍 변호사를 선임한 뒤 추가로 우 변호사를 선임해 같은 사건을 함께 변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선임계 내지 않고 변론한 의혹
이 기간에 우 수석이 수임한 사건 중에는 효성그룹의 가족 간 분쟁 사건이 포함돼 있다. 우 수석이 변호사 개업 직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효성그룹에서는 2013년 3월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의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됐다가 우 수석이 비서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한 이후인 지난해 5월 수사력이 더 좋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로 재배당돼 “외압이 작용한 배당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었다.
법조계에서는 전관 수임지(受任地) 제한 규정이 너무 엉성해 우 수석이 주요 사건을 자유롭게 맡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법에서는 판사와 검사 등 공직을 지내고 나온 변호사는 퇴직 1년 전부터 근무한 법원이나 검찰청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 수석은 주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했지만 퇴직 직전엔 법무연수원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근무했다. 이 때문에 부천지청과 부천지원의 사건을 제외하고 제한 없이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