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악기가 지휘자의 손끝에 의해 하나의 소리를 내는 거대한 하나의 악기가 되는 것을 무엇이라 하는지 아나요? 바로 오케스트라(Orchestra), 우리말로는 관현악단(管絃樂團), 혹은 교향악단(交響樂團)이라고 하는 연주자들입니다. 관현악단이라는 말은 관악기와 현악기가 어우러진 악단이라는 뜻이며, 교향악단은 서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교향곡(Symphony)을 주로 연주하는 악단이라는 말입니다.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많은 연주자들에 의한 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흔히 오케스트라를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연주를 충실히 하면서도 소리들이 잘 어울리도록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조화를 이루며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우리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 무대와 관람석 사이의 공간을 일컫는 ‘오르케스트라(Orkhestra)’에서 유래됐습니다.
무대 앞쪽의 이 반원형 공간에서는 연극의 진행에 도움을 주는 무용수나 합창단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17세기 초에 ‘오페라(Opera)’가 생긴 뒤 악기 연주자들이 이 공간에서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원래 공간을 뜻하던 ‘오르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을 일컫는 용어가 됐습니다. 지금도 무대와 객석 사이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들어가는 공간을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대부분은 고전파 시대 독일의 만하임 궁정 오케스트라 때부터 표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이 편성을 흔히 ‘2관 편성’이라고 합니다. 보통 2관 편성 오케스트라는 60여 명, 4관 편성은 100여 명의 단원이 연주에 참가하게 됩니다. 19세기 말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나 안톤 브루크너(1824∼1896)는 화려하고 다양한 음색을 중요시해서 5관 편성까지 규모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는 여러 악기의 배치 또한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는데, (지금도 작품이나 지휘자에 따라 일반적인 형태와는 다른 배치들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지휘자를 중심으로, 지휘자 바로 앞에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의 현악기 주자들, 그 뒤로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순서로 앉게 됩니다. 제1, 제2바이올린은 음역과 역할에 관한 차이일 뿐 실력에 따른 구분은 아니랍니다. 같은 악기군 중에서 지휘자의 왼쪽은 높은 음역, 오른쪽은 낮은 음역으로 배치됩니다. 현악기군이 가장 앞에 앉는 이유는 활을 사용하여 연주하기 때문에 소리가 지속적이고 부드럽고 다른 악기들과도 잘 어우러지며,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기본 선율을 높은 음역(바이올린)부터 낮은 음역(첼로, 더블베이스)까지 같은 음색으로 연주할 수 있어 중심 선율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과 같은 지휘자, 반장과 같은 악장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오케스트라 총보.
과거엔 소규모였기 때문에 지휘자가 따로 없었고, 제1바이올린 연주자 중 한 명이 리더로서 지휘도 담당했는데 이것은 오늘날 제1바이올린 수석 연주자(악기별 최고 연주자)가 ‘악장(Concert master)’을 맡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관객이 보는 악장의 역할은 일반 단원들이 무대 입장을 모두 마친 후 가장 나중에 등장해 연주자들에게 악기 조율을 지시하고, 지휘자와 악수를 하는 일입니다. 연주곡 중에 바이올린 솔로가 나오는 부분에서 멋진 독주를 들려주기도 하고요. 무대 아래에서 연주를 준비하는 악장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대부분의 선율을 담당하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현악기 주자들의 악보를 보면 어느 음에서 활을 내리고 어느 음에서 활을 올려야 하는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혹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고 ‘어쩜 저렇게 똑같이 활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까?’ 하고 궁금하게 생각한 적이 없나요? 보기에 좋으라고 그렇게 맞춘 것도 물론 있지만 올림 활과 내림 활은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음에서 활을 올리고 내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음악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연주할 곡이 정해지면 전체 단원이 모여서 연습하기 전에 악장과 각 현악기 수석 주자들은 활 쓰는 방법(보잉·Bowing)을 의논해 정하고 이것을 모든 단원들에게 전달해서 지휘자와 맞추기 전에 미리 준비하도록 합니다. 이렇듯 현악기의 보잉은 음악적 해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그것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악장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면 연주자들이 지휘자를 잘 보지 않고 악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연주 전 이미 지휘자와 수많은 연습으로 익숙하게 맞춰 왔기 때문이랍니다.
지휘자는 지휘봉으로 박자만 세는 것이 아니라, 총보(總譜·Score)라고 하는, 모든 악기의 악보가 한곳에 모아져 있는 악보를 보며 온몸과 표정으로 여러 악기의 연주를 제어(Control)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자기가 해석하는 대로 제각각 연주하지 못하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작곡가의 의도에 맞게 음악적 표현과 해석을 하며 하나의 소리로 모아지도록 해 음악적인 조화를 이루게 하는 지휘자는 음악의 최고 전문가이자 거장(이탈리아어로 마에스트로·Maestro)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