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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부끄러워마라, 선풍기들이여!

입력 | 2016-07-20 03:00:00

김주찬 삼진 44개 전부 ‘헛스윙 아웃’… 2014년 이후 90% 넘는 유일한 타자
타자 실력 평가하는 기준은 때렸을때 어떤 결과 나오느냐는 것
헛스윙 많다고 타자 나무랄 필요없어




“삼진도 스스로 선택해야 진짜 ‘공갈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주 “공갈포여, 영원하라!”라고 외친 ‘베이스볼 비키니’를 보고 한 독자분이 남긴 댓글입니다. 맞습니다. 삼진이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이 되려면 방망이를 휘둘러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야구에서는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하고 지켜본 스트라이크(루킹 스트라이크)와 헛스윙 스트라이크를 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 전반기 성적을 보면 가장 당당하게 삼진을 받아들인 타자는 KIA 김주찬(35)입니다. 김주찬은 전반기에 삼진 44개를 기록했는데 100% 헛스윙 삼진입니다. 올 시즌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모두 헛스윙한 선수는 김주찬이 유일합니다.

올해만 유독 김주찬이 헛스윙 삼진 비율이 높은 게 아닙니다. 2014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기록을 보면 김주찬은 전체 삼진 150개 중 136개(90.6%)가 헛스윙 삼진입니다. 같은 기간 헛스윙 삼진율 90%를 넘긴 타자는 김주찬 딱 한 명뿐입니다.

그렇다고 김주찬을 공갈포로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주찬은 홈런(11개·공동 30위)은 물론이고 사실 삼진(45위)도 아주 많은 타자는 아닙니다. 그저 ‘선풍기파(派)’ 일원일 뿐인 겁니다. 선풍기는 ‘때리라는 공을 못 때리고 방망이로 바람만 일으킨다’는 뜻으로 야구팬들이 사용하는 은어입니다.

전체적으로 헛스윙 비율이 제일 높은 넥센 박동원(26)은 선풍기에서 공갈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전반기에 상대 투수가 박동원에게 던진 공은 총 1037개, 박동원은 이 중 15.9%에 해당하는 165개를 헛쳤습니다. 다만, 전체 안타 중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이 14.3%밖에 되지 않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지난주에 ‘공갈포 정신의 후계자’로 꼽은 SK 최승준(28)은 헛스윙 비율 15.2%(847개 중 129개)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전체 안타 중 38.8%를 홈런으로 때려 냈습니다.

거꾸로 kt 전민수(27)는 2스트라이크에서도 방망이를 아끼는 스타일입니다. 전민수는 올해 전반기에 삼진 38개를 기록했는데 헛스윙 삼진이 18개, 루킹 삼진이 20개로 오히려 루킹 삼진이 더 많습니다. 규정 타석 70% 이상을 출전한 타자 중에서 루킹 삼진이 더 많은 타자는 전민수뿐입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두산 김재호(31)가 45.5%(헛스윙 삼진 18개, 루킹 삼진 15개)로 루킹 삼진 비율이 제일 높은 타자입니다. 전민수나 김재호 모두 프로 데뷔 이후 빛을 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 하나 하나를 지금도 그만큼 절박하게 지켜보는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리그에서 헛스윙이 가장 적은 타자는 한화 이용규(31)입니다. 전체 투구 1371개 중 헛스윙은 31개(2.3%)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파울 비율(20.6%)이 리그에서 네 번째로 높았습니다. 역시 이용규는 ‘공갈포 정신’과 정반대 야구관을 지닌 선수입니다.

타자의 실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공이 와서 맞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는 것입니다. 단지 헛스윙이 많다고 타자를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헛스윙이나 루킹 스트라이크나 똑같이 스크라이크 한 개일 뿐이니까요. 그 대신 맞았을 때 결과까지 좋지 못하면 결코 공갈포라는 영예는 얻을 수 없습니다. 공갈포 만세, 공갈포여 영원하라!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