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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유효슈팅 많다고 골 많은건 아니네

입력 | 2016-07-20 03:00:00

최다 39골 상주, 유효슈팅 순위 6위… ‘슈팅수’ 더 많은 수원FC는 13골 그쳐
K리그서 가장 적은 전남은 20골… 좋은 성적은 유효슈팅수 아닌 수비력
‘닥공’의 전북, 최소 실점으로 1위 지켜




포르투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는 ‘점유율 축구’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평균 점유율 상위 다섯 개 팀 중 4강에 든 팀은 독일(63%)뿐입니다. 결승에서 맞붙은 포르투갈과 프랑스는 나란히 점유율 52%로 24개 참가 팀 중 공동 8위였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가장 낮은 36%로 8강에 진출했고, 48%(14위)의 웨일스는 4강까지 올랐습니다. 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개막 후 20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인 전북도 승리한 11경기 중에서 점유율이 상대 팀보다 높았던 경기는 5번뿐입니다.

점유율과 함께 축구에서 경기 내용의 우열을 가늠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록이 유효 슈팅 수입니다. 그럼 유효 슈팅은 어떨까요. 평균적으로 유효 슈팅이 많은 팀이 골도 많이 넣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선, 유효 슈팅에 대해 설명하자면 골문 안쪽을 향한 슛으로 골로 연결된 것과 상대 골키퍼나 수비수의 방어가 없었다면 득점으로 이어졌을 슛을 말합니다.

K리그 클래식 12개 팀이 20경기씩 치른 19일까지 최다 득점(상대 자책골 제외) 팀은 39골을 넣은 상주입니다. 상주의 경기당 평균 유효 슈팅은 5.6개입니다. 유효 슈팅 순위로는 중간쯤인 6위입니다. 인천도 상주와 같은 평균 5.6개의 유효 슈팅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득점에서는 상주보다 20골이나 적은 19골에 불과합니다. 상주보다 경기당 유효 슈팅(5.75개)이 조금 더 많은 수원FC는 13골로 상주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기당 평균 3.75개로 가장 적은 유효 슈팅을 기록한 전남이 수원FC보다 7골이 더 많은 20골을 넣었습니다.

왜 이럴까요.

수원FC가 슛을 남발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유효 슈팅에는 스피드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데굴데굴 굴러 가도 골문 안을 향하면 유효 슈팅입니다. 골대를 스치듯이 벗어났다면 대포알 같은 슛이라도 유효하지 않은 슛이 되고 맙니다. 그러면 크로스바나 골포스트를 때리고 나온 슛은 어떻게 기록할까요. 골키퍼의 선방이나 수비수의 차단이 없었고, 골로 연결되지도 않았지만 이 경우에는 유효 슈팅으로 봅니다. 일부 해외 리그에서는 골대를 맞힌 슛(우드워크·woodwork)은 따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점유율이나 유효 슈팅 수보다는 수비력이 팀 성적과 좀 더 잘 어울리는 지표인 것 같습니다. 전북은 ‘닥공’ 이미지가 강한 팀이지만 리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데는 수비력의 힘이 큽니다. 전북은 리그 최소 실점(22골) 팀입니다.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상주가 4위인 것도 실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상주는 수원FC, 수원, 제주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32골을 내줬습니다. 팀 득점에서 포항과 공동 8위(22골)인 울산이 3위에 올라 있는 것은 실점이 적기 때문입니다. 23골을 허용한 울산은 최소 실점 공동 2위입니다.

올해부터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팀 순위 결정 방식에서 승점 다음으로 골 득실 차가 아닌 다득점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지만 수비 축구를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