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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이종석, 방탄복 없이 총알 맞자는 건가

입력 | 2016-07-20 03:00:00

―전 통일부 장관의 사드 무용론에 대한 반론

중국의 경제보복이나 대북제재 공조 영향 있더라도
핵미사일 방어 포기할 순 없다
북 장사정포의 수도권 공격 사드로는 못 막지만
전면전 상황에선 북 포대 선제공격해야
안보관련 고위직 지낸 인사… 대안 없는 사드 반대보다
북핵 못 막은 자성 나와야




황호택 논설주간

좌파 진영에서 ‘북핵은 방어용’이라는 말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북한은 핵에 집착하는 이유를 “미국의 극단적인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북한의 논리를 남한 어법으로 바꾼 것이 ‘북핵은 방어용’이다.

핵무기도 권총과 마찬가지로 공격과 방어의 용도를 함께 가진 무기다. ‘공포의 균형’을 이뤄 서로 핵무기를 쓰지 못할 때는 방어적 의미가 있지만 불량국가의 손에 들어가면 치명적인 대량살상무기가 된다. 하지만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로 구성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100% 방어용 무기다. 미사일이 권총이라면 사드는 방탄복과 같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한마디 안 하다가 방어용 사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좌파 쪽 지식인들은 균형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일부러 한쪽 눈은 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방어용으로 보는 시각은 북한의 호의에 국가안보를 맡기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한겨레신문(7월 12일자)에 ‘중국 뺨 때린 사드, 대한민국이 잃어버릴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기고를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사람이어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진보진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에 그 글의 논점에 대해 반박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면서까지 유엔의 대북제재를 끌어냈는데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뺨을 정면에서 때리며 대북제재 공조 체제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 유일하게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의 전승절 퍼레이드를 지켜봤으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아님은 그 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충분히 증명됐다. 이번 사드 배치가 대북제재 공조에 다소간 영향을 주더라도 우리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가 우려한 경제보복도 마찬가지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중국이 노골적인 보복은 못 하더라도 겉으로 표 안 나고 속으로 멍들게 하는 보복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경제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 문제를 양보할 수는 없다.

이 전 장관은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은 남한을 향해 약 1000발의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면서 48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된 사드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그 같은 실전상황이 벌어지면 사드만이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공군기와 이지스함의 미사일, 육군의 포대가 모두 동원된다.

이 전 장관은 “수도권은 사드로 막을 수 없는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에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수도권을 향해 장사정포를 쏘아대는 상황은 전면전에서 가능하다. 그럴 조짐이 보이면 우리는 북한의 포대를 파괴하는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공격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는 사드보다는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증강해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국방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전 장관은 사드가 배치될 주변지역 거주자의 안전성 문제를 염려했다. 나는 한 달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마크 몽고메리 소장(작전참모부장)에게서 전자파에 관한 체험담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젊어서 이지스함에 근무했는데 침실이 레이더 바로 옆에 있었다. 그런데도 장가가서 아이 둘 낳고 아무런 이상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자들이 괌 기지에서 전한 보도를 보더라도 전자파의 유해성을 과장한 괴담에 현혹될 일은 아니다.

이 전 장관의 글은 북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사드를 배치하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건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의 위협이 두려워 아무런 대안 없이 사드를 포기하는 것은 중국에 뺨을 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