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영설명회
“자산매각-대주주 사재출연 정상화… 추가 혈세 투입은 절대 없을 것”
이 회장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2016년 상반기 경영 설명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자리는 2월 이 회장 취임 이후 경영 성과와 하반기 계획을 임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장은 임직원 700여 명 앞에서 40여 분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질의응답까지 했다. 신년하례식이나 창사기념식 등을 제외하고 회장이 직접 전 직원을 대상으로 소통의 시간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상반기 가장 큰 성과로 현대상선의 회생을 꼽았다. 현대상선은 3월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후 넉 달 만에 채무와 용선료의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을 마쳤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만 남았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똑같은 길이 남았다”며 추가 자금 지원 불가 원칙을 강조했다. 혈세와 같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없이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회생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로드맵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오너의 결심에 따라 빨리 정리될 수도 있다”며 “세금 투입이나 산업은행 지출이 더는 없어야 하기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6000억 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금 지원은 없다”면서도 “매우 복잡하게 실타래가 꼬인 상황에서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며 할 수 있는 일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경영 방향에 대해서는 중견기업으로의 영업 확대, 국외 시장 신규 수익원 발굴 등을 통한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업 구조조정은 KDB라는 마차의 한 축에 불과하다. 나머지 한 축에 무엇을 실을지가 우리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달 중 ‘KDB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산업은행의 명예 회복과 발전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긴 고통이 따른다”며 “못 바꾸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자”고 주문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