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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도와주다가 필승조까지 성장한 LG 김지용

입력 | 2016-07-21 05:30:00

LG 김지용. 스포츠동아DB


LG 김지용(28)은 무명투수였다. 영동대를 졸업하고 2010년 LG 9차 전체 65번으로 입단했다. 그 해 1군 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5경기에 8이닝 10안타(2홈런) 7실점, 방어율 7.88로 좋지 못했다. 이후에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의 야구인생을 바꾼 건 우연히 찾아온 한 번의 기회였다.

돌이켜보면 ‘기회’라는 표현도 애매했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훈련하고 있던 한국야구대표팀은 라이브배팅을 도와줄 투수가 필요했다. 대표팀의 요청을 받은 LG는 김지용을 내세웠다. 냉정하게 말하면 국가대표 훈련보조 역할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이 그의 인생을 바꾼 한 장면이 됐다.

LG 양상문 감독은 국가대표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김지용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김지용이 던지는 슬라이더가 1군에서도 통하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 감독의 지지를 얻어 김지용은 지난해부터는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2015년 24경기에 등판해 32.2이닝 동안 방어율 4.13을 기록했다. 올해도 시즌 초반에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지금은 팀에 꼭 필요한 불펜투수가 됐다.

양 감독은 “(김)지용이는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모습이 좋다”며 “키가 작은 편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점을 높였는데 공이 좋아졌다. 이제는 위기 상황에 믿고 낼만한 선수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훈련을 도와주던 무명의 투수가 2년도 채 되지 않아 필승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만약 그때 김지용이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로 설렁설렁 공을 던졌다면? 어쩌면 지금도 2군에서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해 공을 던졌고, 누군가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뒤집으면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김지용이 기회를 잡은 것도 어떤 순간에도 열심히 공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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