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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사드 배치, 시각과 논리의 균형이 필요하다

입력 | 2016-07-21 03:00:00

1962년 쿠바 미사일사태, 대응 놓고 대통령-군부 갈등
軍, 기지 폭격 주장했으나 전쟁 우려한 케네디, 봉쇄 선택
안보는 군사·외교·경제의 총합…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군부논리가 지배한 건 아닌가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영화 ‘D-13’을 다시 보았다. 1962년 쿠바에 건설되는 핵미사일 기지를 두고 벌어졌던 미국 소련 간 충돌과, 이를 둘러싼 미국 정부 내 여러 집단 간의 갈등을 그린 영화다.

다시 봐도 여전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케네디 당시 미 대통령과 군부 사이의 갈등이다. 군부는 당장 쿠바가 건설 중인 기지를 폭격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것이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군부는 이 ‘겁쟁이’ 대통령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한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참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폭격 대신 쿠바 해역을 봉쇄하는 안을 택한다. 그리고 외교적 압력과 협상을 통해 기지 건설을 그만두게 한다. 군(軍)의 논리가 아닌 또 다른 논리로 미국과 세계를 구한 것이다.

군은 군이다. 늘 전쟁을 생각해야 한다. 그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 외교가 어쩌고 경제가 어쩌고, 생각이 너무 복잡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그 나름의 독특한 시각과 논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군의 이러한 시각과 논리를 존중해야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보듯 이것이 안보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안보는 군사 외교 경제 등 많은 요소들의 총합이다. 당연히 다른 분야의 시각과 논리들이 고르게 반영돼야 한다.

실제로 미국 등 앞서 가는 국가들은 안보 문제에 군의 논리가 지나치게 반영되는 것을 경계한다.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을 두는가 하면, 안보 관련 의사결정기구인 국가안보회의(NSC)에도 경제와 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논리가 반영되게 한다.

자, 이제 묻고 싶은 질문을 하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결정하는 데 다양한 시각과 논리들이 얼마나 잘 반영됐을까?

문민화 수준이 낮은 국방부, 야전 출신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그가 주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군의 시각과 논리가 지배적이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외교부 장관은 사드 배치가 발표되는 시점에 쇼핑을 하고 있었다. 경제 사회 분야 장관과 참모는 물론 외교부조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각과 논리가 균형을 잃으면 문제에 대한 고민도,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도 균형을 잃는다. 일례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 문제를 생각해 보자. 과연 제대로 된 고민을 했고 또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중국은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한 나라다. 수출만 해도 전체의 4분의 1이 넘고 경상수지 흑자도 전체의 반 정도가 대(對)중국 교역에서 발생한다. 관계가 악화하면 경제 사회는 물론 안보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미국 같은 나라야 조금 잘못 지내도 물건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니다. 정부의 의지가 곧 시장의 뜻이 된다. 중화주의, 즉 중국 중심의 사고가 강하다. 이에 반(反)하는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건 ‘보복’을 했다.

우리 정부의 고민은 얼마나 깊었을까. 들리느니 사드의 운용거리와 방향에 한계가 있어 중국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술적 설명 정도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며 미국의 행동 하나하나와 그 확장 가능성에 민감하다. 당장에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군사기술적인 설명이 들리기나 하겠나?

중국이 반대하니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시각과 논리의 불균형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니냐 묻는 것이다. 쿠바의 선제공격을 막는 것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미국의 군부처럼 말이다. 중국의 입장을 억지나 내정간섭이라 하고, ‘보복’이 없을 거라는 낙관론이나 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배치 지역을 결정하는 문제 또한 그렇다. 어차피 주민을 설득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을 무엇 때문에 마치 기습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보에 관한 일이라 그랬다? 이 역시 군의 시각과 논리가 앞선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각과 논리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군의 논리가 주도하게 돼 있는 안보정책 결정 구도부터 바로잡았으면 한다. 아울러 전쟁 바로 앞에서도 논리의 균형을 찾았던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 영화 ‘D-13’을 한번 보기를 권한다.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 그 안보가 걱정된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