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에 교육계 등 5만명 숙청 대통령궁 복귀… NSC 열어, 사형제-개헌 등 중대발표 예고 국민 10명중 3명 “쿠데타 자작극”… 在美 귈렌 “에르도안은 흡혈귀”
터키 참모본부는 15일 밤 쿠데타가 발생하기 5시간 전 정보당국으로부터 쿠데타 모의 첩보를 입수한 뒤 군대에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기지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19일 발표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지인 마르마리스의 호텔에서 10분만 늦게 탈출했어도 쿠데타군에 살해됐을 것”이라며 사전에 쿠데타 움직임을 몰랐다고 언급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쿠데타 주도 세력은 정보 유출을 감지하고 당초 16일 오전 3시로 예정했던 쿠데타를 6시간 앞당겨 15일 오후 9시에 단행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쿠데타군이 거사를 급하게 서두르느라 대규모 인력 동원에 실패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리 입수한 첩보로 쿠데타 진압에 성공했다.
터키 정부는 학술 활동을 위한 모든 해외 여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학자들은 서둘러 귀국하라고 요구했다고 BBC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이날까지 정부에 비판적인 대학 학장 1577명과 교사 2만1000명, 교육 공무원 1만5000명이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시도 나흘 만인 19일 밤 수도 앙카라로 복귀해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대 발표에서는 쿠데타 세력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형제 부활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쿠데타를 계기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숙원 사업인 대통령제로의 개헌 추진을 발표한다면 터키 내부 갈등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통령제 개헌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터키 국민 10명 중 3명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자작극을 벌였다고 믿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사회적 갈등은 극심한 상황이다.
터키 정부로부터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은 1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자택에서 가진 BBC 인터뷰에서 쿠데타 시도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를 빨아먹으려는 흡혈귀처럼 나를 억압하고 소환하려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국가라도 나는 그들을 반(反)민주적인 방법으로 없애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피를 빨아먹으려는 흡혈귀’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희대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