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옮기고 제2 전성기 맞은 K리그 광주 정조국 작년 서울서 11경기 1골 그쳐… 출전 시간 보장 못받으며 슬럼프 아들 질문에 충격 받고 이적 결심, 득점포 살아나며 개인최다 13호골
프로축구 광주 정조국이 14일 팀 클럽하우스가 있는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이날 이곳을 찾은 유소년 선수 및 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아래 사진은 정조국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가족사진. 오른쪽이 아내 김성은 씨, 가운데가 아들 태하 군.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정조국 SNS
얼마 전까지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 선두는 성남의 티아고(23)였다. 정조국(32·광주)의 아들 태하(6)는 티아고의 득점에서 아빠의 득점을 빼 보곤 ‘몇 골 남았다’며 좋아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정조국과 티아고의 득점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던 정조국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16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시즌 13호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 타이 기록에 성공했다. 광주의 한 시즌 개인 최다 골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올 시즌 1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달성한 기록이다.
안산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4년 10월 K리그에 복귀한 정조국은 지난해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총 출전 시간은 640분으로 경기당 평균 60분이 안 됐다. 지난해 8월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아빠는 왜 안 뛰어?”
“큰 충격이었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파서 그런 거야”라고 했어도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조국은 솔직히 말했다. ‘아빠는 감독님의 선택을 받지 못해 못 나가는 거’라고.
“평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는데 변명할 수는 없었죠.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을 탓하기보다 ‘문제는 나한테 있다’고 생각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많은 분이 만류했죠. 개인적으로 재계약을 못 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서울에 남으면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옮기길 잘한 것 같아요.”
남 감독의 세심한 배려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지 않은 정조국은 믿고 맡겨준 남 감독에게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도 했다. 그런 이유로 최근 언론의 관심이 팀이 아닌 자신에게 쏠리는 게 부담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즌 중반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어 기쁘지만 제 득점이 많다고 좋아할 상황은 아닙니다. 광주가 상위 스플릿(6팀)에 포함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서울 대신고 재학 시절 득점왕을 휩쓸었던 정조국이 2003년 FC서울에 입단했을 때 구단은 팬 공모를 통해 ‘패트리엇’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010년 전반기 3골에 그쳤던 그가 8월에 태하를 얻은 뒤 골을 몰아넣자 이번에는 팬들이 ‘분유 캄프’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축구 스타일이 닮은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데니스 베르흐캄프(47)의 이름에 아들 분유 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뛴다는 의미를 더한 별명이었다.
목포=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