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양궁 기보배-최미선과 김성은 감독
여자 양궁 리커브 세계 랭킹 1위 최미선(아래 사진)과 3위 기보배. 김성은 광주여대 감독의 제자로 학과 선후배 사이인 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의 단체전 8연패 달성을 위해 힘을 합친다. 동아일보DB
이런 선수를 뽑겠다고 6개월을 쫓아다닌 대학 감독이 있다.
“내가 생각해도 그때는 참 뻔질나게 찾아갔죠. 보배 아버님 앞에서 무릎 꿇고 술도 따르고….”
김성은 광주여대 양궁부 감독이 리우 올림픽에서 기보배와 최미선의 선전을 바라면서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전국 100등 안에도 들지 못하는 선수인데 뭘 보고 스카우트하려고 했을까. 김 감독은 “보배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잘 가르치면 반드시 대성할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중3 때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하며 주목받았다. 김 감독은 “중학교 때 잘나가던 선수가 고등학교에 가서 슬럼프에 빠지면 대개는 울고불고한다. 하지만 보배는 안 그랬다. 전국 100등을 해도 눈빛이 살아 있었다”고 기억했다. 김 감독이 약속한 대로 기보배는 대학 2학년이던 2007년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하는 기보배는 세계 랭킹 3위다. 세계 랭킹 1위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미선(20·광주여대)도 김 감독의 제자다. 둘은 학과(초등특수교육과)도 같다. 06학번인 기보배가 15학번인 최미선의 9년 선배다.
김 감독이 최미선을 처음 본 건 중2 때다. 당시 전국의 중고교 유망주들이 광주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한눈에 확 들어왔죠. 긴 팔을 포함해 활을 쏘기에 아주 좋은 골격을 갖고 있었고, 무엇보다 중학생으로 보기 힘들 만큼 활을 쏠 때 집중력이 대단했습니다.”
기보배가 런던 올림픽 2관왕이기는 하지만 최근 기세만 놓고 보면 최미선이 낫다. 4월 열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최미선이 1위, 기보배는 2위를 했다. 기보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에 따른 가산점 2점을 안고 선발전에 나섰는데도 최미선이 앞섰다. 최미선은 지난해 리우 프레올림픽 개인전 우승과 올해 2, 3차 월드컵에서 두 대회 연속 3관왕(개인전, 단체전, 혼성팀전)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보였다. 기보배는 올해 2, 3차 월드컵 모두 8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근 다소 주춤한 기보배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보배는 올림픽을 한 번 경험한 선수다. 월드컵도 물론 중요한 대회이지만 지금 보배는 모든 걸 올림픽 경기 날짜에 맞춰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보배만큼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집중력이나 승부욕은 미선이가 조금 더 낫고, 경기 흐름이나 경기장 환경에 대한 판단과 적응은 보배가 좀 더 빠르다”며 “미선이는 시위를 당기면 거의 1초 만에 쏘는 속사형이고, 보배는 시위를 좀 더 오래 붙들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면 기보배는 고개를 기울이는 버릇이 있고, 최미선은 눈에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물론 둘 다 가르치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흡수력이 대단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보배나 미선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면 단번에 다 교정이 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4월 열린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각각 1, 2위를 한 뒤 김성은 광주여대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최미선(오른쪽)과 기보배(왼쪽). 김성은 감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