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대전 ② 인천상륙작전
영화 ‘인천상륙작전’(27일 개봉)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한국 첩보부대의 실화를 다뤘다. 배우 리엄 니슨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아 화제가 됐지만 예상보다 출연 시간이 적었다. CJ E&M 제공
▽이지훈=전형적인 ‘국뽕’(무조건적 애국주의를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 영화라는 지적이 공감되던데. 6·25 참전용사 유가족에 대한 헌정 영화 정도….
▽장선희=‘국뽕’ 좀 맞으면 안 되나? 전쟁영화라고 무조건 국뽕 타령부터 하는 것도 별로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기여한 국군 첩보부대의 활약상은 잘 몰랐던 내용이잖아. 인천상륙작전 하면 맥아더 장군밖에 안 떠오르니까. 감독이 모티브를 얻었다는 첩보작전 ‘X-RAY’라는 소재는 6·25전쟁 영화치고 참신했어.
▽이=문제는 소재만 그럴듯했다는 거. 영화 보는 내내 ‘낚인’ 기분이더라.
▽이=사실 그 뒤부턴 ‘X-RAY’ 작전, 첩보부대와 함께 활동한 ‘켈로 부대’ 등의 설정들이 무색하게 그냥 ‘육탄전’이더라는.
▽장=맥아더 장군 역 맡은 리엄 니슨 존재감은 어땠어? 모자 삐딱하게 쓴 채로 파이프 담배를 문 모습이나 단호한 억양의 말투하며. 교과서에서 본 듯 싱크로율 100%더라. 맥아더 장군 자서전 읽고 다큐멘터리 뒤져 가며 공부했다더니.
▽이=겉모습은 그랬어. 근데 영화 홍보에서의 비중만 보면 리엄 니슨이 주연인데 사실상의 카메오야. 111분짜리 영화에 리엄 니슨은 한 15분 나오나? 2년 동안 설득했다더니 어렵게 할리우드 명배우 데려다놓고 신파를 찍으면 어떡하나.
▽장=급박한 전쟁터에 있는 장군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현실감 없긴 했지. 50년을 전쟁터에서 살다 보니 속세를 초월했다는 설정인 건가?
▽장=그래도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연기는 괜찮았잖아. 리엄 니슨을 뛰어넘는 존재감이었어. 영화 ‘도둑들’에선 양아치로, ‘암살’에선 변절자로 관객들 화를 돋우더니. 이번 영화에선 제대로 이미지 변신했더라.
▽이=이정재의 ‘하드캐리’였지. 감독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 전쟁영화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잖아. 근데 영화를 보고 나면 전투 신 말곤 남는 게 없어. 딱히 ‘인간’이 안 보인달까.
▽장=“사상이 다르다고 총을 쏠 수 있나” 하는 대사들은 생각할 거리를 주긴 하잖아. 또 휴전 63년을 맞아 안보의식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아, 수습이 안 되네.
▽이=장학수와 시장에서 국밥 파는 어머니, 핏덩이 아이를 두고 작전에 투입되는 대원 설정으로 감동을 주려 노력한 티는 나. 다만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랄까.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같은 전쟁영화 특유의 뭉클함이 없어.
▽이=특별출연한 김선아 추성훈 같은 배우들 찾는 재미는 쏠쏠했어.
▽장=흥행은 어떨까.
▽이=냉정하게 흥행 면에선 힘들다고 봐. ‘부산행’의 적수가 안 돼.
▽장=너무 냉정한데. 벌써부터 6·25 참전용사들이 단체관람에 나선다잖아. 또 알아? ‘명량’이나 ‘국제시장’처럼 ‘국뽕’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1000만 영화에 오를지.
○한 줄 평과 별점
장선희 기자 ‘리엄 니슨’ ‘첩보작전’ 이런 홍보문구에 낚이지 말 것.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이념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의 실종. ★★
정양환 기자 2시간짜리 대한∼ 늬우스.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