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기자의 아, 저 차 영화에서 봤어!
맷 데이먼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세월은 다소 슬픈감이 없지 않지만,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의 액션만은 나이가 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량 170여 대를 부수면서 찍은 도심 자동차 추격 장면은 압권이다.
현실성을 극대화한 영화라서 그런 것일까. 본은 위에서 말한 다른 스파이들에 비해서는 다소 ‘서민적인’ 차를 타는 편이다. 본드의 이미지가 턱시도라면 본은 점퍼 스타일이다. 앞선 시리즈에서 자동차 추격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가 화려한 것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화면이 하도 흔들리다보니 브랜드가 부각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본 슈프리머시’에서 본은 택시를 훔쳐 달아나기도 했는데, 이 택시의 브랜드는 생소한 러시아의 ‘가즈’다.
반면 007과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주인공 하면 떠오르는 차 브랜드가 분명하다. 007은 시리즈를 거치면서 몇 차례 변화가 있긴 했지만 주로 영국 애스턴마틴이 본드의 애마로 등장해왔다. ‘퀀텀 오브 솔라스’에서 본드가 탄 애스턴마틴 ‘DBS’의 추격 장면은 압권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는 BMW가 활약해왔다. 시리즈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톰 크루즈가 몰아 유명해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i8’은 미래형 자동차의 이미지를 관객에게 깊이 새겼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제이슨 본이 닷지 ‘차저’를 타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은가. 미국인이면서도 세계를 떠돌아야 했던 본이 미국 본토에서 이뤄진 추격신에서 미국 머슬카의 대명사인 차저를 타는 것은 어찌보면 운명 같다. 그 단단한 이미지도 ‘날것’ 그대로인 본의 액션을 표현하는 데 그만이다.
다만 닷지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안에 있지만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는 브랜드여서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친숙하지 않다. 그러고보니 칼럼 제목이 ‘아, 저 차 영화에서 봤어!’인데 처음부터 도로에서 보기 힘든 차가 주인공이라니.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