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저트 문화의 업그레이드 꿈꾸는 송명희 대표 좋은 재료로 제때 파는 경영철학 지키며 글로벌기업 도전
골든 치즈 타르트로 유명한 ㈜앰퍼샌드의 그레이스 송(한국 송명희) 대표.
“한국 매장을 연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 가맹점 문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왔어요. 돈 되는 사업이라며 적극적이더군요. 우린 아직 보여준 것이 없으니 오히려 무서웠어요.” 확실한 수익을 보장 못 하겠다고 고사했지만 사실 ‘수백억 원대 매출’같은 건 처음부터 추구하는 길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받아 최고의 디저트를 만들어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게 전부다. 특별한 관광 상품이 없는 한국을 세계에 알려 뽐내고 싶다는 것이 포부다.
‘앰퍼샌드’는 ‘&’를 뜻하는 단어로서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머니와 딸에서 그 출발점을 잡았다. 어머니의 역사와 열정이 딸에게 이어가고 철학이 전통이 되고 다시 협동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이어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뜻이 담겨 있다. 사실 송 대표의 어머니인 이연 여사는 디저트카페 문화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창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재일교포와 결혼한 후 일본에 꾸린 가정 때문에 오래 체류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지만 1990년대 초반 카페 라리로 한국에 수많은 케이크 애호가와 디저트 중독자를 양산했던 인물이다. 그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제과 기술 개발과 전수에 반평생을 바친 이연 이사는 디저트에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배울 게 더 남았다는 디저트계의 장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앰퍼샌드의 기술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장인이 기술 교류를 위해 매달 한국을 오가며 레시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앰퍼샌드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는 ‘함께 하는 삶’과 디저트로 행복을 주고 차별화된 맛과 합리적인 가격의 디저트로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이 제품에 담겨 있지만 현재로선 판매보다 가치공유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공동연구 중인 세계적 제과명인,르 소레이유의 쿠사카 코조 장인.
“한국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비싼 가격에 팔아야만 좋은 제품으로 대접해주는 것 같아요. 최고의 디저트를 합당한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만 종종 제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을 때가 있어 무척 속상합니다. 일본 수입 브랜드냐고 묻는 소비자가 많은데 어느 한 나라로 규정짓기는 어려워요. 재일교포 3세로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듣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프랑스산 재료와 일본 장인과의 연구를 통해 한국 사람이 만들면 어느 나라 브랜드라고 해야 할까요?”
최고의 품질로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 나란히
송 대표는 디저트 업계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해 회사를 ‘월드클래스’급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단순히 매장을 열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브랜드로서의 진정성과 최고의 제품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를 표방하며 일본과 미국,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됐지만 그 가운데서 한국 매장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형태와 방식을 초월한 그 철학에 한국인의 정신과 혼을 싣고 싶었다.
“한국 소비자께 먼저 인사드린 후 미국 매장에서는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롤 케이크와 솔트&캐러멜 아이스크림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우선 가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가장 큰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을 테마로 한 디저트도 출시할 예정인데 한국을 알릴 기대에 벌써부터 설레고 있습니다. 저희만이 세계 최고의 제품이라고 자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둘째가는 품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만큼 넘버원과 온리원 두 가지를 모두 추구하겠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힘을 보여주겠어요.”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