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대 사이버보안학과 학생들의 IoT(사물인터넷) 수업 장면.
사실 컴퓨터 한 대면 세상 어느 곳과도 소통이 가능한 시대다. 이는 역설적으로 모든 컴퓨터는 사이버테러에 노출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영산대 사이버보안학과는 대학 주변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도 더 이상 사이버테러의 청정지역일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자력 시설에 대한 이해와 IT 기반의 정보보안 기술을 갖춘 융합형 보안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 원자력 연계 전공과 사이버보안학과의 정보보안기술을 통해 ‘원자력 ICT 보안 전문가’ 양성에 매진하기로 한 이유다. 또한 이 학과는 IoT(사물인터넷) 시대에 맞춰 다양한 컴퓨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보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oT 보안 전문가’도 기른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정보 보안 영역은 ‘취업이 보장된’ 블루오션(Blue Ocean)이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의 혁신으로 개인정보보호 및 해킹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보안학과 학생들의 개인전용 ‘해킹실습실’
소 교수는 “새내기들이 입학할 때의 그릇 크기가 전부가 아니다. 노력하면 할수록 그릇은 커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전공기술 습득 못잖게 봉사활동에도 최선을 다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회계법인 EY한영 정보보호컨설팅팀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박창현 씨의 얘기를 들려줬다.
전문계고를 졸업한 박 씨는 입학 성적이 다소 낮았으나 학교교과활동과 기술세미나, 지역봉사활동, 보안논문발표, 보안회사 현장실습 등의 비교과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됐다. 그 결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시행하는 사이버보안인력양성 계획의 일환인 차세대 보안리더양성 프로그램의 BOB(Best of Best) 중 톱10에 선정됐다. 차세대 보안리더 과정은 정보보호 현장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들과 함께 정보보호 분야 난제 해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최고의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이버보안학과의 교과과정을 한번 들여다보자. 1학년은 기초프로그래밍1, 2와 정보보호개론 등 입문 단계의 보안 과목을 배운다. 사이버 보안 윤리의식과 참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보안 기초 기술을 익힌다. 2학년은 네트워크이론과 실습1, 2, 보안알고리즘, 윈도서버보안, 사이버포렌식개론 등 사이버보안 요소기술을 습득한다. 사이버 보안 요소기술은 네트워크, 서버시스템, 프로그래밍, IoT 구현기술 등이다. 3학년은 보안관제실무, 웹해킹공격대응실무, 악성코드분석실무 등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 4학년은 정보보안특강1, 2 등 원자력 시스템과 IoT 플랫폼의 심화학습을 배운다. 이를 통해 공공기업의 사이버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로 태어난다. 특히 3, 4학년은 4주간 산업체 현장실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학과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3학년 2학기와 4학년 1학기에 배우는 ‘정보보호시스템구축(캡스톤디자인)’.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소 교수는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줄은 알지만 포트폴리오를 2개 준비하도록 한다. 그래야 자신의 진로를 좀더 유연하게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결과물이어서 개인의 창의성이 잘 드러나 취업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4학년 2학기에 배우는 정보보안특강1, 2는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돕는 수업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보보안기사, 개인정보관리사,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학생들에게 인상적인 과목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자유전공학부를 거쳐 사이버경찰학과로 왔다는 4학년 이기준 씨는 소길자 교수의 ‘객체지향프로그래밍’을, 보안컨설턴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서호륜 씨(3년)는 정민포 교수의 ‘네트워크 보안’을 꼽았다. 또 보안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2학년 허인호 씨는 소 교수의 ‘네트워크 보안 프로그래밍’이라고 했다. 이기준 씨는 “자바를 이용해 수업을 해주신 교수님 덕분에 프로그램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흥미로 바뀌었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비로소 생겼다”고 했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땄다는 그는 사이버보안 관련 직업은 어떤 직업보다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서 씨는 “2학년 여름방학 때 보안 컨설팅 분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프로토콜과 같은 약속 중 한 가지라도 없었다면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새내기 정홍규 씨는 누리캅스 회원이 되어 음란물 사이트 신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이버수사대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가족회사가 40여 개에 이르는 것도 이 학과의 강점이다. 사이버보안학과가 5년간 150억 원을 지원받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참여학과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성우하이텍 (경남 양산시), (주)이피엠소루션즈(서울), 시큐어월(부산), 비전아이티 유비컴(울산), 한국원자력연구원(대전) 등이 대표적 협력 회사들이다. 학과는 이들 업체와 현장실습, 기업의 애로기술 지원, 캡스톤디자인 공동 지도 등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 교수는 “앞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정보통신기술을 담당하는 업체들을 좀더 많이 가족회사로 유치하고자 한다. 이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원자력ICT의 보안시스템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길러내겠다”고 했다.
장학금도 풍부한 편. 지난해 성적우수장학금 25명, 학과 특성화 장학생 52명 등 재학생의 64%가 장학금을 받았다. 1인당 평균 123만 원꼴. 흥미로운 건 ‘학과 특성화 장학금’. 성적도 중요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을 기준으로 주는 장학금이다. 여름 겨울방학 때 수업시간에 미처 다루지 못한 심화내용을 가르치는 ‘주제별’ 특강을 이수하면 된다. 교수 4명이 보름씩 전공학습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실습실도 훌륭하다. 이 학과는 4개의 프로젝트실(실습실 2개, 스터디룸 2개)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 누구나 자유로이 쓸 수 있는 공간이다. 기숙사는 어떨까. 부산 울산 출신이 아니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663명 수용 가능). 인터넷카페, 체력단련실, 헬프데스크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양산=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