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5일 오전 1시경 A 씨(32)가 집에서 휴대전화 발신자 제한표시로 누군가와 통화를 시도했다. A 씨는 잠결에 전화를 받은 B 씨(당시 26세·여)에게 남자친구인양 대뜸 ‘나야’라고 말했다. 그는 B 씨에게 화상전화로 야한 행동을 요구한 뒤 이를 저장했다.
당시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A 씨는 내부 전산망에 775차례 불법 접속해 휴대전화 번호를 빼냈다. 또 마트나 술집 등에서 눈에 띄는 여성들이 현금영수증 신고 때 말하는 휴대전화 번호를 몰래 적었다.
이렇게 확보한 휴대전화 번호로 2012년 8월까지 1년 간 밤마다 남자친구 행세를 하면서 1400여 차례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성들이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각종 의문을 제기하면 ‘감기에 걸렸다’,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 등의 핑계를 댔다.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남자친구, 남편 행세 등을 하는 A 씨에게 속아 야한 영상을 촬영해 준 피해여성은 1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마트나 술집에서 현금영수증 신청을 할 때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