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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병우 수석이 공직후보 검증대상이라면 통과했겠나

입력 | 2016-07-22 00:00:00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며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는 안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지만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신임을 담은 중의적 표현으로 들린다.

자고 나면 우 수석과 일가에 대해 터져 나오는 뜻밖의 사실과 의혹들을 ‘비난’이나 ‘흔들기’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1% 대 99%” 발언으로 국민은 상위 1% 고위공직자의 언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만일 우 수석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에 내정됐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사안만 가지고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우 수석 의혹’의 시발점이었던 처가 땅 매각만 보더라도,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던 그가 계약 현장에 앉아 있던 2011년 3월 18일 오전 검찰은 중수부 지휘 아래 5개 저축은행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그 중요한 시간에 우 수석은 가족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넘어 일종의 신분 과시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우 수석의 부인 이모 씨를 포함한 4자매가 2014년 경기 화성시 동탄면 중리 292 일대 농지 1232.25m²를 7억4000만 원에 매입한 것도 투기 의혹이 있다. 장인이 소유했던 기흥컨트리클럽 직원들이 더덕과 도라지를 대신 경작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우 수석 일가 5명이 소유한 부동산 투자회사 ㈜정강이 영업활동 없이 150억 원의 자산만 보유한 사실로 미뤄보면 자산 은닉 혹은 탈세나 절세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우 수석의 막내 처제는 4만2000달러를 주고 온두라스 위조 여권을 만들어 딸을 외국인학교에 불법 입학시킨 혐의로 201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도 또 국적을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로 바꿔 다른 외국인학교로 전학시켰다. 이런 형편인데도 대통령이 ‘우 수석 구하기’에 나서는 듯한 모습은 민심과 한참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