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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男 담임 만나면 ‘환호’… 6년간 女교사가 맡기 일쑤

입력 | 2016-07-22 03:00:00

[초등교사, 최악의 性比 불균형]젊은 男교사 학교마다 한두 명꼴
6학년 담임-체육활동 등 도맡아 “업무 힘들다” 사립학교로 이직도
“사춘기 아이들 심리 더 잘 이해”
학부모들은 남성 담임교사 선호… 교단 성비 맞출 근본대책 절실




#장면1.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을 둔 김모 씨는 올 초 신학기 담임 발표 결과를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아이가 젊은 남자 담임교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젊은 남교사가 담임이란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라며 “특히 아들을 둔 엄마로서 여선생님보다 남선생님이 좀 더 아이를 잘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라고 말했다.

#장면2.
서울 강남의 A초등학교 남교사 김모 씨(29)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에 남자 교사가 ‘2명이나’ 더 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교에 남자 교사가 3명이나 있는 건 교사가 된 이후 올해가 처음”이라며 “남교사로서 고민을 나누거나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 남교사 힘든 업무에 외로워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서 남교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편향된 교육환경에 대한 남교사 및 학부모의 불만과 우려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남교사 비율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배동인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 성적 좋은 여학생들이 임용고시에 대거 몰리는 데다 산간도서 등 벽지 근무를 전제로 한 특별 채용 인원도 없어 남교사 비율이 더욱 낮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 시도별 초등학교 남교사 비율을 보면 서울(13.7%), 대전(12.5%), 대구(18%), 부산(18.9%) 등 대도시의 비율이 전남(40.4%), 경북(36.5%), 강원(33.8%) 등 지방의 남교사 비율보다 훨씬 낮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30대 남교사 김모 씨는 “한 학교 전체 교사가 50명이라고 하면 젊은 남자 초등교사는 아예 없거나 많아야 한두 명 수준”이라며 “젊은 남교사이기 때문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받지만 동시에 힘든 업무가 몰리고 외로움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젊은 남교사들은 남들이 꺼리는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업무가 △6학년 담임 △체육 관련 업무 △보이스카우트 등이다.

일부 젊은 초등 남교사들은 업무 과다와 심리적 위축을 호소하며 사립학교 이직을 고민하기도 한다. 한 남교사는 “공립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연봉이 높고 처우가 좋은 사립으로 이동하는 남교사가 적지 않다”라며 “사립학교들 역시 남교사를 선호하는 데다 남자 동료와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장점”이라고 전했다.

○ 남녀 함께하는 사회의 축소판 돼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별 성비를 고려해 교사 발령을 내기 때문에 아직까지 서울 시내의 모든 학교에는 최소 1명 이상의 남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소수라 아이들 중 6년 동안 단 한 번도 남자 담임교사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같은 여교사 일색의 학교 환경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학부모 박모 씨는 “남자 아이들은 여학생들보다 활발한 게 사실인데 여선생님들은 이를 대체로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라며 “반면 젊은 남교사들은 체육 활동에 적극적이고 남자아이들의 행동이나 심리도 잘 이해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 씨는 “젊은 여선생님의 경우 학기 중간에 출산휴가를 가거나 남편을 따라 해외로 동반 휴직을 가 버리는 경우가 잦다”라며 “지난해에만 이런 이유로 2번이나 담임이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안정적인 교실 운영을 위해서라도 남녀 성비가 균형 있게 맞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인 만큼, 공동체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남녀노소가 고루 섞여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학교 환경에서는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남성 롤모델을 자주 볼 수 없다”라며 “요즘은 집에서도 남성성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마저 이러면 편향된 성의식이나 성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손형국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는 “현실적으로 점차 과격해지는 사춘기 아동들의 생활지도를 위해서라도 남교사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지만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양성 균형의 교육환경이 좋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남교사 채용 할당제 등을 도입할 경우 여성계가 반발할 수 있어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유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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