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대타 출전 행운아 왕정훈… 왕, 불과 석달 전만 해도 무명 골퍼 유럽투어 2연속 우승하며 이름알려… “귀국하니 올림픽 출전이 실감 나”
김경태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출전권을 물려받는 행운을 누린 왕정훈. JDX골프 제공
브리티시오픈 출전을 마친 뒤 최근 귀국한 왕정훈은 “올해는 내게 행운이 넘치고 있다. 골프를 시작한 뒤 최고다. 그동안 중국, 아시아, 유럽투어를 뛰면서 외롭고 쓸쓸한 적도 많았지만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지난주 유럽에서 올림픽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만 해도 얼떨떨했었는데 귀국 후 비로소 올림픽에 간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19일과 20일 황열병 등의 예방주사를 5방이나 맞았다. 한국 선수단 단복도 맞춰야 한다. 골프 클럽도 다시 점검했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 목표는 크게 잡을수록 좋다고 배웠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올림픽에 세계 랭킹 상위 선수들이 대거 불참해 내게도 기회는 올 것이다. 한국에 금메달을 안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도 없다”라고 말했다. 바람과 러프가 강한 유럽투어에서 실력을 쌓은 왕정훈은 바닷가에 자리 잡아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을 리우 올림픽 골프장에서 안정된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럽투어에서 뛰고 있는 안병훈(25)도 왕정훈과 함께 PGA챔피언십과 리우 올림픽에 잇따라 출전한다. PGA챔피언십을 마치면 왕정훈은 친지가 있는 미국 뉴욕이나 안병훈의 집이 있는 올랜도에서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조정 훈련을 한 뒤 다음 달 5일경 리우에 입성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필리핀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왕정훈은 중학교 3학년 때 귀국했다. 국내 성적이 없어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었던 그는 학창 시절 동료 선후배들의 가슴에 붙어 있던 태극마크를 부러워했다. 이제 ‘KOREA’라고 적힌 모자를 처음으로 쓰고 ‘꿈의 무대’ 올림픽에 나서게 된 그의 마음은 벌써 리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