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1987년 12월 16일 대선 투표 당일 오전 서울 구로을 선관위원들이 수상한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트럭에 싣고 구로구청을 나서려 한다는 제보에서 비롯됐다. 시민과 학생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투표함은 이들의 선관위 점거 44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선관위로 넘겨졌다. 이후 투표함은 봉인된 채로 지금까지 보관됐다. 한국정치학회는 내년 민주화운동 30주년을 앞두고 선관위의 협조를 얻어 어제 29년 만에 투표함을 열었다.
▷개표 결과 4325표 중 노태우 3133표(72.4%), 김대중 575표(13.3%), 김영삼 404표(9.3%) 순으로 나왔다. 당시 구로을 전체로는 김대중 6만6204표(35.7%), 노태우 5만2076표(28.1%), 김영삼 4만7078표(25.4%) 순으로 득표했다. 당시는 부재자 투표를 일반 투표와 혼합해 개표했기 때문에 부재자 득표율은 따로 집계된 게 없다. 이번 개표에서 노태우의 득표율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구별로 비교해볼 수 없어 구로을 선관위원들이 우편투표함을 조작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