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 준비 됐나요/탈북자 밀집 동네 4곳 실태조사]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59·사진)은 남북한 주민 간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동아일보와 남북하나재단의 공동 조사 결과에 대해 “독일도 통일된 지 30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동서독 주민끼리 갈등과 반목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그는 “상대적으로 탈북민은 남한에 통합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젠 남쪽 주민들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은 북한의 수직적 복종 체제에서 살아와서 의식이 다르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느냐의 문제가 통일 이후 남북 주민이 얼마나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면 역으로 많은 남측 주민이 북으로 가서 재건 사업을 하며 정착해야 하는 만큼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 이사장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통합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시민단체라는 세 영역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이 중 지자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지원할 수 있지만 탈북민이 해당 지역에 안착하는 데는 지자체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손 이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제가 지켜본 탈북민들은 대개 정직, 근면, 소박한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민의 사례가 과대 포장돼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 만족한다는 탈북민은 응답자의 63.1%였고 불만족은 3.4%에 그쳤습니다.”
그는 최근엔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민도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봉사를 통해 남한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남한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동질성도 형성되고, 정착의 용기도 갖게 된다고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