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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동혁]‘평화집회’ 성주주민들이 원하는 건…

입력 | 2016-07-23 03:00:00


김동혁·사회부

“정부가 밀어붙이면 우리가 뭘 우야겠노.”

20일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서 만난 주민 김모 씨(64·여)의 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성주 배치에는 여전히 반대하지만 정부가 끝까지 강행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는 체념 섞인 반응이었다.

기자는 15일부터 일주일간 성주에 머물렀다. 15일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성주를 방문했다가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감금’됐던 날이다. 이후에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하지만 표출 방식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바뀌어 갔다. 일부 외지인이 개별적으로 가세하면서 과격한 방식으로 표출되던 반대 여론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빠르게 변화했다.

등교를 거부했던 학생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는 외지인의 개입을 철저히 경계했고 진보단체들의 ‘지원사격’도 거부했다.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상경집회에서는 자율방범대까지 조직하며 외부세력을 막았다. 2200명이 넘는 군민이 참가한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성주 주민들의 진정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성주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낸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일방통행’이다. 한 투쟁위 관계자는 “한 번이라도 우리에게 먼저 말을 해줬다면 이렇게까지 반대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주민은 “왜 하필이면 성주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에 배치하려고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주 주민들 사이에선 이제 결정 자체를 무산시키기 힘들 거라는 반응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여론 선회로 해석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대화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성주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황 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정부와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22일 성주군과 투쟁위 관계자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 측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성주군청 앞에선 아직도 매일 학생을 포함해 주민 1000여 명이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22일로 11일째다.

김동혁·사회부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