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수라상-노비밥상 검증의 大반전
본보 김배중 기자가 21, 22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조선시대 임금밥상(왼쪽 사진)과 노비밥상(오른쪽 사진)을 먹고 있다. 찬이 많아 열량이 높은 임금밥상은 먹는 즐거움을, 찬이 적지만 열량이 적당한 노비밥상은 알고 보면 ‘웰빙 밥상’의 즐거움을 준다. 장소 및 음식 협찬 한국의집. 장승윤 tomato99@donga.com·전영한 기자
○ 임금밥상: 진수성찬 이면의 숨겨진 칼날
임금의 용포(龍袍)를 입고 의연하게 수라상 앞에 앉았지만 상 위 음식에 압도당한다. 적미(赤米)가 들어간 홍반, 여름 제철 민어구이, 기름기 쏙 뺀 소 양지머리 편육, 껍질을 발라낸 명란젓 등…. 궁중음식연구원 고증대로 차린 12찬(饌) 임금 수라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국, 조치(찌개), 찜, 김치류, 전골(신선로) 등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작은 실제 임금 수라상의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다.
성인 남성 하루 권장 섭취량은 약 2400∼2500Cal. 이날 수라상의 열량을 계산해 보니 약 3300Cal. 한 끼 식사에 하루치를 훌쩍 넘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육식을 즐기던 대식가인 세종은 당뇨 등 합병증으로 고생했고 잡곡밥 위주로 소식(小食)하던 영조가 장수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수라상의 푸짐함은 상징적 의미로 (왕들이) 대체로 상을 다 비우지 않고 내렸다”고 말했다.
○ 노비밥상: 현지 제철 재료 위주의 ‘웰빙 밥상’
하지만 조선시대 노비밥상을 지금 ‘노비 밥’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차경희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는 “식물 위주지만 콩에서 단백질, 옥수수에서 필수지방산, 채소로부터 비타민을 얻을 수 있는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이라며 “요즘 말로 제철 ‘웰빙 밥상’”이라고 말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던 엄격한 계급사회. 그러나 노비도 칼로리는 낮지만 제철 웰빙 음식을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판’ 식사를 마치고 나서며 다시 부실 급식이 심심찮게 등장할 현실을 맞닥뜨릴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씁쓸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