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목 경기단체에 결정권 넘겨… 겉으론 도핑 무관한 선수 권익 보호 속으론 올림픽 흥행차질 우려
정부가 개입된 광범위한 도핑 의혹으로 다음 달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 위기에 몰렸던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길이 열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4일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각 종목 경기 단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IOC 회원 자격을 정지하지 않기로 했다.
▼ IOC의 정치적 절충… 러 선수들 리우 출전 길 열려 ▼
러시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참가 여부의 결정 권한을 각 종목 경기 단체에 넘겼기 때문이다.
IOC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인 절충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가 개입된 광범위한 도핑 의혹으로 사상 초유의 특정 국가의 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까지 논의됐던 상황에서 IOC가 도핑과 무관한 선수 권익과의 충돌을 줄이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또 ‘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불참으로 올림픽 흥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OC 결정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자신의 종목 경기 단체가 실시하는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고, 과거의 도핑 의혹에 대해서도 결백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경기 단체는 또 도핑 의혹을 해소한 선수에 한해 러시아 국기를 달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도핑 사태에 강력히 반발해 온 경기 단체가 러시아 소속이 아닌 개인 출전만 허용하면 선수는 러시아 국기를 달 수 없다. 이 경우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6월 이사회에서 금지약물 복용과 무관한 러시아 선수의 개인 출전을 허용하면서 오륜기 착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선수 중에는 러시아 육상의 도핑 실태를 폭로한 여자 중거리 율리야 스테파노바와 미국에서 훈련을 해와 러시아의 도핑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정이 내려진 멀리뛰기 다리야 클리시나만 올림픽 출전이 허용됐다. 그러나 이들은 중립국 선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의 것은 아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