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스파이 영화에 나올 법한 국가 주도의 신출귀몰한 도핑 작전은 마침내 꼬리가 잡혔다. 작년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조장하고 은폐한 사실을 밝혔다. 패럴림픽에 참가한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약물을 투여했다. 정부기관과 정보기관이 협업한 도핑 게이트가 들통 나면서 선수들이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국제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가장 먼저 육상대표팀의 리우행이 좌절됐다. 올림픽을 꿈꾸며 4년간 땀 흘린 러시아 선수들이 정부의 ‘죄’까지 뒤집어썼다.
▷‘트랙 위의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멀리뛰기 선수 다리야 클리시나(25)는 예외다. 미모와 힘을 겸비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육상선수’로 알려진 클리시나는 국기 대신 오륜기를 달고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미국에서 훈련해 도핑과 무관하다는 것을 IOC에서 인정했다. 지금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울먹인다. “올림픽에 나가게 돼 정말로 행복하다. IAAF에 감사하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화근이다. 일각에서 ‘배신자’ 공격을 퍼부으면서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미녀 스타는 한순간에 매국노로 추락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