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존 플레이크 씨(27)가 25일 부산 해운대소방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강에 뛰어들어 소중한 생명을 구한 공로로 표창을 받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모리 존 플레이크 씨(27·왼쪽)가 20일 부산 해운대구 좌수영교에서 강으로 뛰어내린 안모 씨(55·오른쪽)를 구조한 뒤 활짝 웃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모리 존 플레이크 씨(27·왼쪽)가 20일 부산 해운대구 좌수영교에서 강으로 뛰어내린 안모 씨(55·오른쪽)를 구조한 뒤 활짝 웃고 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20일 오후 9시경 부산 동래구의 한 영어학원 앞. 여기서 강사로 일하는 모리 존 플레이크 씨(27)가 자전거에 올랐다. 그는 헤드셋을 낀 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매일 밤 자전거를 타고 부산 수영구에 있는 자신의 원룸으로 향한다. 온천천에서 수영강으로 이어진 물줄기를 따라 닦인 산책로는 그에게 즐거운 놀이터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페달을 밟은 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해운대구 수영4호교 근처를 지나던 그는 “사람이야, 사람이다!”라는 비명에 자전거를 세웠다. 50대 여성 2명이 강을 가리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사방이 어둑어둑했지만 강 한가운데서 언뜻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주위를 둘러봤다. 익숙한 길이어서 동그란 도넛 형태의 주황색 구명부표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지갑과 핸드폰을 꺼내 자전거 옆에 내려놓고, 신발을 벗은 그는 구명부표에 묶인 끈을 풀자마자 강으로 던진 뒤 곧장 강으로 뛰어들었다.
“솔직히 겁이 났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같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도 그 때는 내가 아니면 그 분을 구할 사람이 없겠다 싶어 용기를 냈죠. (아주머니들보단) 제 신체가 더 건강할 테니까요.”
신고를 받은 119대원과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두 사람은 강을 빠져나온 뒤였다. 생면부지의 외국인의 도움으로 새 생명을 얻은 안모 씨(55)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안 씨는 신변을 비관해 잔뜩 술을 마신 채 강에 뛰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플레이크 씨는 “그 분이 ‘너무 죄송하다’면서 소방대원들이 덮어 준 담요를 벗어주려고 했다”며 “그때서야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며 활짝 웃었다.
미국 뉴욕 주 호넬에서 자란 플레이크 씨는 뉴욕주립대인 버팔로대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친했던 한국인 유학생이 많아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혔고 한국문화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친구를 따라 한국인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를 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9월 한국에 왔다. 매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한다. 190cm의 큰 키를 가진 그는 운동 마니아다. 현재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불독’이라는 아마추어 농구팀에서 활동 중이다. 주말에는 광안리 해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긴다. 그는 “한국의 풍경과 문화, 사람들이 매우 좋다”며 “전공을 살려 언젠가 한국에서 영어로 수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해운대소방서는 25일 그를 초청해 감사의 뜻에서 소방서장을 수여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