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섭 회장이 이끄는 전라남도배드민턴협회는 전문체육단체와 생활체육회의 통합에 있어 모범사례로 꼽힌다. 김 회장은 경기인들은 물론 행정가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며 통합협회를 이끌고 있다. 화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6년 여름 대한민국 체육계는 매우 분주하다.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3월 통합했다. 이후 각 종목의 통합이 이뤄졌고, 각 지역 단체들도 전문체육단체와 생활체육회가 하나의 협회로 합쳐지고 있다. 조직은 하나가 됐지만 협회를 대표하는 회장 선거는 더 복잡하다.
전국체전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엘리트 선수를 키워온 전문체육단체와 자발적인 비영리 단체로 발전된 동호회 중심의 생활체육회는 그 출발부터 지향점이 달랐다. 그만큼 통합과정은 대기업의 인수합병 과정보다 난제가 많다. 여전히 통합회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체가 많다.
그러나 모범사례도 있다. 전라남도배드민턴협회가 그 중 첫 손가락에 꼽힌다. 3월 선출된 김영섭(48) 회장은 생활체육단체 출신이다.

전남배드민턴협회 김영섭 회장. 화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경기인 출신인 옛 엘리트스포츠 단체에 몸담고 있던 지도자들, 행정가들과 굉장히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굉장히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 가까운 부분이 있다. 엘리트 배드민턴 선수들의 부모님 중 상당수는 생활체육 배드민턴 동호회 분들이다. 서로 통하는 부분도 많았고 함께 가야할 목표가 분명하다.”
-올림픽 금메달이 최종 목표인 엘리트스포츠와 순수한 취미 활동인 생활체육의 공통분모, 즉 함께 가야할 지향점은 무엇인가?
“엘리트 배드민턴선수들 모두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실업팀 입단도 매우 힘든 관문이다. 이제 하나의 단체가 됐으니 전문적으로 배드민턴을 익힌 선수출신들과 더 체계적인 레슨을 원하는 동호회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모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배드민턴 동호회는 점점 더 뛰어난 강사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체육단체 통합의 시대의 요구다.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독일과 일본, 미국식 모델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다. 전남 배드민턴 생활체육은 그동안 회비 없이 운영됐다. 회원들의 나눔과 기부가 있어 가능했다. 약 5만 명의 회원들이 이제 엘리트 선수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초대 통합 회장으로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동호회 클럽 총무에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을 아우르는 광역단체 회장이 됐다.
“선박과 항공기 내부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다. 30대 후반에 친구들과 술만 마시지 말고 배드민턴을 해보자고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 아내가 내 성격을 생각해 ‘절대 총무, 회장 등 클럽 대표를 하지 마라’고 했지만 잘못된 부분, 비합리적인 운영, 개인적인 사리욕심을 채우는 모습 등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었다. 10년 전 순수한 목적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클럽을 만들었고, 지역 협회에 이어 전남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바람에 주위 추천으로 일을 맡았다. 클럽 창단 10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생업에 영향이 있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점이 많이 미안하다. 내 인생 마지막 단체 활동이라고 다짐하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전문체육인, 생활체육인 모두를 위해 뛰겠다.”
화순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