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의 선전이 KBO리그에 던진 메시지는 묵직하다. “선수 없다”는 핑계를 잠식시킨 점은 곱씹을만하다. 넥센을 3위로 이끌며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염경엽 감독.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KBO리그는 이변의 연속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넥센의 선전이다. 중심타자 박병호(미네소타)와 유한준(kt), 필승계투조 한현희와 조상우(이상 팔꿈치 수술), 마무리 손승락(롯데)이 이탈했다. 지금은 팀에 복귀했지만, 4년간 58승을 따낸 앤디 밴 헤켄의 일본 진출(세이부) 또한 큰 악재였다. 애초 선발진은 로버트 코엘로~라이언 피어밴드(이상 퇴출)~양훈까지 1~3선발만 확정적이었고, 4~5선발은 박주현, 신재영 등 6명이 경합하는 형국이었다. 필승계투조는 이보근~김택형~김세현이 맡기로 돼 있었다. 올 시즌 성적에 의문부호가 붙으며 꼴찌 후보로 예상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 넥센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있다. 25일까지 51승39패1무(승률 0.567)로 당당히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91경기를 치른 시점보다(50승40패) 오히려 성적이 좋다. 올해 6월을 3위(39승34패1무)로 마쳤을 때만 해도 “선수들의 경험이 적어 상위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7월 성적 1위(12승5패)를 달리며 승패마진을 12까지 벌렸다. 현장에서는 “넥센이 정말 강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넥센의 선전이 KBO리그에 던진 메시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중 하나가 “선수 없다”는 핑계를 잠식시킨 것이다. 소위 말하는 차·포·마·상을 모두 뗀 팀은 바로 넥센이다. 4번타자와 1선발, 필승계투조, 마무리가 한꺼번에 빠져나갔으니 핑계거리도 있었다. 그러나 부상, 프리에이전트(FA) 이적 등의 전력 누수에도 문제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마무리 김세현, 4번타자 윤석민, 10승 선발투수 신재영, 셋업맨 김상수 모두 올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는 “주축 선수가 빠져도 시즌을 치르는 데 전혀 문제없다. 2군에서 육성 중인 선수를 1군에 올려 경험치를 쌓게 하다 보면 전력이 만들어진다”는 넥센 염경엽 감독의 지론과도 일치한다.
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누가 빠져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아무 일 없는 듯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더 이상 “선수가 없다”는 핑계는 KBO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넥센의 2016시즌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