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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산업부장
그런데 요즘 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선호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한국 소비자와 정부 등을 무시하는 듯한 행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폴크스바겐, 옥시, 이케아는 한국 소비자와 정부를 ‘호갱’(호구 고객을 뜻하는 은어)으로 보는 외국 기업 3인방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기업이 3인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가까운 예로 글로벌 신용카드 회사인 비자카드의 행태에 국내 신용카드사와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해외 결제 수수료를 내년 1월부터 10% 인상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통보해 왔다.
한국 기업들의 상대적 소외감도 크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이달 15일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글로벌 IT 공룡들이 한국 시장에서 의무는 다하지 않고 요구만 늘어놓는다고 질타했다. 실제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알 방법이 없다. 외부감사나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공개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 진출한 알 만한 외국 기업은 대부분 이런 유한회사로 등록되어 있다. 세법에서도 외국 기업들이 피해 나갈 ‘구멍’은 많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해외 법인 15개사의 법인세 납부액이 ‘0’이었다는 사실에는 말문이 막힌다.
혹자는 최근 외국 기업을 향한 불편함이 자칫 국수주의로 비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하지만 “매출은 알려야 하고 세금은 제대로 내야 하는 것”이라는 이해진 의장의 말처럼 기업의 투명 경영활동, 소비자 보호 의무, 사회적 책임에 국적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 이참에 차별 없이 적용되는 잣대를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 또 외국 기업들도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이유와 달리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인 것처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한국을 생각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박현진 산업부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