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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의 한국 블로그]中에서 절단될 뻔한 다리, 韓 의술로 살려내

입력 | 2016-07-26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이라 몽골 출신 다문화여성연합 대표

과학과 문화의 발달로 생활은 많이 편리해졌지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과도한 인스턴트 음식 등이 신경 쓰인다. 건강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다. 짧은 거리는 걸어 다니고 요가도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규칙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은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면 쉽지 않다. 이를 위한 자기 보상으로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듯하다.

최근 외국인들도 유학이나 관광 또는 직업을 찾아서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출산 또는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러시아, 중국, 그리고 중동 국가들에서도 많은 의료 관광객이 오고 있다. 크고 작은 종합병원과 성형외과 병원들은 원어민 직원을 고용해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고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고 알려진 덕이다. 의료 관광 분야는 정부의 국가 기간 전략 사업으로 선정되었고,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 해외 진출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국제의료관광학과를 신설했다고 한다. 의료문화의 글로벌화 시대라 하겠다.

병원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우수한 전문의, 고가의 검진 및 치료 시설, 최신의 치료 방법 외에도 이제 쾌적한 시설도 중요한 때다. 나에겐 한국의 의사들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한국 병원의 의사들은 참 친절도 하다. 정반대로 얘기하시는 분도 많지만 내가 다니는 내과, 이비인후과, 치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친절하다.

한국의 의료 수준에 감동받은 것은 우리 아버지께서 아프셨을 때다. 몽골에서 고관절의 가벼운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결과, 뼈에 악성종양이 생겼다며 울란바토르의 병원보다는 중국의 큰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버지께는 베이징에 가서 진찰도 받고 톈안먼과 쯔진청, 만리장성도 보고 오래간만에 여행을 하자고 설득해 9시간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하셨다. 입원해 검사를 받고 이틀 후 의사가 고관절을 포함해 다리 전체를 절단해야 한다고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아버지로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였다. 허리 아래가 가끔씩 아파 베이징 큰 병원에서 진찰받아 보자고 왔는데, 시내에 있는 톈안먼도 아직 못 봤는데 다리를 자르자니…. 두 분이 오후 내내 붙잡고 우셨단다. 급히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모셔 왔다. 골육종 담당 전문의가 있는 국립병원에 입원해 검사 받은 지 3일째, 의사가 면담을 하자고 했다. 잔뜩 긴장해서 설명을 듣는다. 긴장도 되고 정신이 없었다. 결국 방을 나와 남편한테 확인했다.

“그러니까 나으실 수 있다는 얘기죠? 다리는 절단하지 않아도 되고?”

“맞아요, 수술 때 열어 봐야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했지만 거의 확신한다고.”

눈물이 났다. 병실에서 초조히 기다리고 계실 아버지께 뛰어갔다. 수술 후 한 달 만에 아버지는 웃으며 퇴원하셨다. 몇 년이 지난 현재 아버지는 몽골에서 고속도로 현장 소장으로 일하고 계신다. 지금도 뵐 때마다 한국 의사들 얘기를 하신다.

몇 년 전에는 남편이 입원했을 때 중국인들이 병원에 들렀다. 1층에 채혈실도 있고 영상조영실, 심장센터, 척추센터 등도 있지만, 반대쪽에는 넓고 잘 꾸며진 커피숍도 있고, 제과점도 있다. 가운데 로비에서는 한 달에 두어 번 그림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하얀 예복을 입고 피아노 연주도 한다. 외국인 눈에는 신기한 장면이다.

금요일. 재활용 물품을 내놓는 날이다. 모은 종이와 플라스틱 등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베이지색 바지에 멋진 셔츠로 차려 입으신 어르신이 타고 계신다. 인사와 함께 어디 가시느냐고 여쭤 보니 근처 대학병원에 이발하러 가신단다.

“거기가 넓고 편해요. 머리 깎고 구내식당에서 밥도 먹고 올 수 있고. 거기 커피숍도 있어요.” 이 말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했다.

이라 몽골 출신 다문화여성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