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체육 필기시험을 앞둔 아이의 교과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작고 가벼웠던 예전 교과서와 비교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스포츠 기자를 10년 넘게 했는데도 모르는 게 수두룩했다.
교과서는 스포츠로 통하는 거의 모든 종목을 담고 있다. 야구, 축구, 농구 등의 인기 종목과 육상, 수영 등의 기초 종목은 빼놓을 수 없다고 치자. 세팍타크로, 우슈 등 아시아경기에서도 있다 없다 하는 종목에 제기차기, 쌍검대무까지 포함돼 있다.
체육 교과서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한 지인은 국내 중학교 미술 교과서를 보고 “욕이 나왔다”고 했다. 관련 분야를 전공한 사람조차 모르고, 알 필요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요즘 중고생들은 시험 기간에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공부하기 어렵단다. ‘슈러그 피니시’ 같은 걸로 가득한 과목들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과목의 선행학습이 판을 치는 이유다. 사교육비를 쏟아 부어 미리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잘 보기는 애초부터 글러먹은 일이다.
체육 교과서로 돌아오자. 맨 앞에 있는 ‘이 책의 구성과 특징’은 이렇게 시작한다. “체육 교과는 ‘신체 활동’을 통하여 체력 및 운동 능력을 기르며, 바람직한 품성과 사회성을 갖추어 건강하고 활기찬 삶에 필요한 능력을 함양하는 교과이다.”
그렇게 써 놓곤 이렇게 만들었다. 이런 교과서로 공부하느라 성장기의 아이들이 신체 활동은커녕 잠도 충분히 못 자고 있다. 정말 ‘뭣이 중헌디!’를 모르는 체육 교육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