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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윤종]‘가습기 특위’ 첫 현장조사 공개 안한다니…

입력 | 2016-07-26 03:00:00


김윤종·정책사회부

“막을 수 있는 일이 왜 이런 큰 피해로 이어졌는지 온 국민이 알아야 하잖아요. 왜 비공개로 합니까?”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회 회의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외침이다. 여야로 구성된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3일간 관련 부처와 기업들에 대한 국내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첫날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이 대상이었다. 시작 전부터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기대는 처음부터 깨졌다. 일부 국회의원의 출석이 늦어 현장조사는 예정 시간(오전 10시)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이어 현장 공개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마찰을 빚으면서 조사가 중단됐다. 새누리당은 “회의가 공개되면 제대로 된 질의가 어려우니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합의한 사안을 뒤집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시간 가까운 갑론을박 끝에 예비조사위원 4명의 질의응답만을 공개하기로 했다.

현장에 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계속 비공개로 조사돼 이렇게 피해가 커진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이들의 눈빛은 실망 그 자체였다.

이날 조사에서는 환경부가 살생물제법을 법제화하지 않았던 점,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흡입하면 폐섬유화뿐 아니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당시는 법규가 없어서 못 했다” “제도가 미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위는 이날 오후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자리를 옮겨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를 조사했지만 각 부처에 질의를 하고 응답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허위광고 혐의로 고발했던 옥시 관계자들이 4년 만에야 비로소 재판에 회부됐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3642명, 사망자는 무려 701명(6월 기준)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등장한 1994년부터 수거 명령이 내려진 2011년까지 잠재적 피해자는 수백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자는 사회적 요구가 큰 이유다. 특위는 26일은 법무부와 한국소비자원 등을, 27일은 옥시와 SK케미칼 등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회사들을 찾을 예정이다. “이럴 바에는 현장조사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피해자 가족의 절규를 기억하며 그곳에 가길 바란다.

김윤종·정책사회부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