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 해법 충돌 이어 차기지도부 구성 물밑싸움 WSJ “시주석 독주에 리총리 반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유지돼 온 집단지도체제가 시 주석 3년을 맞으면서 유명무실화돼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2, 3년 동안 시 주석에게 순종해 온 리 총리가 반발하고 있다며 사례들을 열거했다.
두 사람은 4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개최한 ‘전국 국유기업 개혁 좌담회’에서 국유기업에 대한 전혀 다른 처방을 제시하며 대립했다. 시 주석은 국가와 정치 위주의 접근법을, 리 총리는 시장지향적 대안을 들고나왔다.
앞서 5월 9일 런민(人民)일보는 한 개면 이상 분량으로 ‘권위 있는 인사’의 인터뷰를 싣고 “일부 낙관론자들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U자형 혹은 V자형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L자형 단계에 들어섰다”며 리 총리 측을 겨냥했다. 각종 규제를 풀고 올해 1∼3월에만 4조6000억 위안(약 828조 원)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는 리 총리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리 총리는 전국 관련 공무원 화상회의에서 ‘젠정팡취안(簡政放權·규제 간소화와 권력 이양)’을 언급하고 ‘샹런웨이궈(相忍爲國·국가가 고난을 당했을 때 고통을 함께함)’ 네 자를 거론하며 맞섰다.
시-리 갈등의 뿌리는 출신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시 주석은 태자당(중국 혁명 주도 세력의 자제들), 리 총리는 공청단(공산당 청년조직) 출신이다.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최고 권력자가 될 때까지 자신의 라이벌이던 리 총리와 공청단을 견제하는 데서 나아가 본때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내년 19차 전당대회에서 리 총리가 연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 총리가 나이 상한(68세)에는 걸리지 않아 상무위원으로는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총리직에서는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신임 총리로 거론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