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인상 적절성 등 검토 나서
▼ “서민 부담 키운 은행 수수료 점검” ▼
금융당국이 자율화 방침 약 1년 만에 은행권 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수수료 인상에 나서 소비자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재 수수료 체계에서 비용 대비 과도하게 이익을 얻는 부분이 없는지, 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없는지 등을 두루 검토할 계획”이라며 “제각각 다른 은행 수수료 기준도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들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외부 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저금리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중심의 이익창출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내 17개 은행(시중·지방·특수은행 등)의 이자 이익은 2011년 39조1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33조5000억 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수료 인상에 나서면서 군살 빼기와 신사업 창출보다 ‘손쉬운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7개 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4조9000억 원으로 2014년보다 6.5%(3000억 원) 증가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수수료가 오르면 자산이나 거래 규모가 작아 수수료를 면제받지 못하는 서민의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이 1년 만에 말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수료 인상은 2011년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으로 내린 수수료를 정상화한 것”이라며 “규제가 역주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타행송금 수수료가 미국 씨티은행은 17.5∼35달러, 일본 UFJ는 216∼864엔(3월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은행의 수수료가 싸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무용 부동산 임대면적 규제를 없애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판매를 허용해 은행들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는 부분은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 초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가격에 개입하지 못하는 내용으로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제정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를 달았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