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원을 들여 3년간 추진한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사업이 실패로 끝나면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시 물막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4월 청와대 회의에서 “그것(반구대 암각화)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해결을 촉구한 뒤 한 달 만에 나온 방안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보존과 식수 문제로 10년간 갈등을 빚으며 표류하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혈세와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지역 주민 설득과 정책 조정에 실패한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 등과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인 정부 당국의 책임이 무겁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암각화는 1년 중 8개월간 물에 잠긴다. 암각화 훼손을 방지할 대책은 결국 암각화가 물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다. 60m 높이의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추자는 ‘수위 조절’ 방안도 나왔지만 울산시는 하루 3만 t의 식수가 부족해진다며 반대한다. 댐 위에 터널을 만들어 물길을 돌리자는 방안도 공사 규모가 워낙 커 현실성이 없다.
현실적인 대안은 울산시가 제안하는 대로 임시 생태 제방을 쌓는 것이다. 암각화 앞으로 지나가는 대곡천 앞에 길이 440m, 높이 15m, 너비 6m의 둑을 쌓아 반구대로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고 제방 근처에는 관람용 교량을 설치하자는 방안이다. 항구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설치와 해체가 가능해 암각화의 추가 훼손을 막을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균열과 박리, 풍화작용으로 307점 중 겨우 20∼30점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암면 면적의 20% 이상이 손상된 상태로 2010년 이후엔 현장조사도 하지 않아 지금은 얼마나 더 훼손되었는지 알 수조차 없다. 3년을 허송하는 동안 훨씬 더 망가졌을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날을 맞게 될 수밖에 없다.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불타는 것 같다”고 탄식만 할 게 아니라 암각화의 추가 훼손을 막는 데 목표를 둬야 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