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이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에 대해 출범 이후 첫 감찰에 착수했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대신하는 대선 공약으로 도입했지만 2015년 지명된 이후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오랜 침묵 끝에 칼을 빼들었지만 야당 일각에선 제도적 한계 탓에 시간만 끌다가 ‘면죄부 감찰’에 그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우 수석은 처가의 부동산 거래 개입, 가족회사를 이용한 재산 축소 신고, 부인의 농지 불법 소유, 장남의 국회의원 인턴 채용 및 의경 입대 후 보직 특혜, 진경준 검사장의 인사검증 소홀 등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별감찰관법은 감찰 범위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알선·중개, 금품수수, 인사청탁, 공금횡령 비리로 한정했다. 법은 현직에 취임하기 전의 사안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아 우 수석이 2015년 1월 수석비서관에 임명되기 전의 처가 부동산 거래와 농지 매입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재산 축소 신고나 인사검증 소홀도 법이 정한 비리는 아니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중요한 사안들은 감찰 대상에서 빠지고 장남의 인턴 채용이나 의경 입대 후의 인사청탁 같은 지엽적인 의혹만 조사하게 될 특별감찰 제도가 우 수석 비리 의혹을 다루기에 적절한지 의문이다.
특별감찰관은 강제수사권이나 계좌추적, 압수수색 권한도 없다. 우 수석은 명예훼손으로 일부 언론을 고소한 사건이나 시민단체에서 자신을 고발한 사건으로 검찰이 부르면 “‘모른다, 아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이미 공언했다. 특별감찰관이 ‘모르쇠’로 버틸 우 수석을 강제수사권도 없이 제대로 조사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직을 건다는 비상한 각오를 다진다면 다음 달 중순쯤 내놓을 감찰 결과에 따라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조치 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