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신음하는 한국]‘한증막 쪽방’의 슬픈 이웃들
전력사용 여름 최고치 또 경신 26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전력상황실에서 한 관계자가 실시간 전력수요량을 체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최고 전력수요가 8111만 kW로 25일 기록한 여름철 최고 수치인 8022만 kW를 뛰어넘었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연일 폭염특보가 지속되는 가운데 박 씨 같은 취약계층 노인들이 힘든 여름을 맞고 있다. 난방비가 지원되는 겨울과 달리 사실상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복지단체의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전국 4만1569곳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도 취약계층 노인들이 이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주로 경로당, 복지관 등이 쉼터로 지정돼 지자체가 냉방비를 지원하지만 서울의 경로당은 3분의 2가량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고, 공동주택 경로당은 대부분 해당 주민에게 회비를 걷는 회원제로 운영돼 연고가 없는 노인이 이용하기 힘들다. 양천구 신정동 단칸방에 홀로 사는 하모 씨(85·여)는 “근처 아파트 경로당에 가려면 더운 날씨에 힘든 몸을 이끌고 나서야 하는 데다 교통비도 부담스럽고 눈치도 보여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더위 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폭염특보가 발령될 때 오후 9시까지 연장 개방하는 곳도 있지만 그 수는 서울 전체 쉼터의 17%에 못 미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빠듯한 예산과 인력으로 야간까지 개방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취약계층 노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냉찜질용 얼음 팩 등 냉방용품도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복지단체가 마련한 사설 쉼터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수혜자는 극소수다.
전문가들은 노인층이 온열질환에 취약한 만큼 현실적인 무더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재훈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노년기에는 심혈관계 기능이 떨어져 폭염에 탈진, 실신 등 열사병이 일어나기 쉽다”며 “무더위 쉼터 운영시간 연장, 직접적인 냉방지원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이영빈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