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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특별감찰’ 대통령 의중 얼마나 실렸나

입력 | 2016-07-27 03:00:00

특별감찰관 도입후 ‘1호 사건’ 與관계자 “이미 상당수준 내사 진행”
민정수석 시절 비리의혹만 조사대상… 강남땅 거래의혹은 제외될듯
강제수사권 없어 실효성 논란도… 野 “사퇴 안하면 국회가 나설것”




이석수 특별감찰관(사진)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감찰에 착수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 정도 실린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관급인 특별감찰관은 독립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대통령직속 기구인 데다 감찰 개시와 종료 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지난 주말쯤 박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특별감찰관의 판단과 박 대통령의 결심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전 지시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우 수석에 대한 감찰 착수는 특별감찰관의 ‘독자 판단’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을 감찰하는 데 사전 준비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상당 수준의 내사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통령의 의중을 우 수석을 사퇴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특히 이번 감찰 결과에 특별감찰관제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제는 지난해 3월 정식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실적이 없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우 수석 감찰이 제1호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조사가 ‘면피용’으로 끝난다면 제도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 특별감찰관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특별감찰관의 조사 범위와 방식을 근거로 ‘면죄부용’ 감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정수석’ 재임 시절 비위 의혹만 조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 서울 강남 땅 거래 의혹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계좌 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도 없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에 취임한 이후 비위 행위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경우 감찰이 가능하다”며 “법에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권은 이날도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우 수석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혹의 핵심인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조사가 빠진 감찰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주장했다.

우 수석 관련 고소 고발 사건이 접수된 검찰은 특별감찰관의 감찰 결과와 여론 동향을 지켜본 뒤에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찰 결과가 검찰 수사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우 수석의 장남 우모 상경(24)이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 운전병으로 전출된 이후 1년간 외박 50일을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본보가 직접 만난 현역 의경 10명은 1년간 평균 외박 일수가 35일 정도였다.

류병수 gamja@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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