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층민의 삶을 통해 사회의 피폐한 민낯을 소설에 드러낸 작가 찰스 부코스키. 시공사 제공
찰스 부코스키는 미국 소설가다. 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매달 1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49세에 전업 작가가 된 이야기로도 잘 알려졌다. 생전의 그는 꽤나 거친 아웃사이더형 작가였다. 밑바닥 삶을 겪어내는 소설의 주인공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냈다. 국내에도 소개된 ‘호밀빵 햄 샌드위치’에서도 작가의 이런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에세이 3부작과 함께 나온 별책 ‘부코스키와 나’다. 80쪽이 조금 넘는 이 책의 저자들은 부코스키의 에세이를 번역한 박현주 씨와 서평가 금정연 씨, 소설가 오한기 정지돈 씨다. 금정연 오한기 정지돈 씨는 문단에서 잘 알려졌듯 이른바 ‘후장사실주의자(Analrealist)’들이다. 도발적인 문학세계로 한국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이 ‘부코스키 알리기’에 총출동한 셈이다.
후장사실주의자들의 ‘별책’이 흥미로운 건, 이것이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낯선 방식이어서다. 사실 외국의 작가들이 국내에 알려지는 것은 대개 대학의 문학 전공자들의 아카데믹한 소개, 혹은 해외 베스트셀러가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경우였다. 그랬던 것이, 젊은 국내 작가들이 외국 작가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한국문학이 해외문학과 어깨를 겨루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된 시기에, 한국 문단의 지평이 더 이상 ‘한국’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 기존의 해외 고전들에 갇히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최근 문학과지성사에 들른 데버러 스미스(한강 씨의 ‘채식주의자’ 번역자)는 영풍문고에서 정지돈 박솔뫼 씨의 소설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김태용 한유주 등 실험적인 작가들의 소설에도 관심이 간다고 했다. 어쩌면 머지않은 시기에 해외의 문인들이 ‘한국문학과 나’라는 책자를 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