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최근 직장생활을 하다가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강의모 작가가 25명을 인터뷰하여 쓴 책 ‘땡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의 북 콘서트에서 공동 사회를 보게 되면서 실제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이들을 만나 보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이들에게 터닝 포인트란 돈에서 시간의 자유로 이동하는 삶이라는 점이다.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누구나 알 만한 세계적 기업의 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의 지사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았고, 결국 사표를 내게 된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평소 좋아하던 사진을 찍는 데 쓰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장애인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사진관에 가지 못한다는 점을 알게 된 뒤로 사진관 운영 방침을 일반인이 유료로 사진을 의뢰하면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료 사진 촬영을 해주는 원 플러스 원 방식으로 정하게 된다. 영리 사업으로 시작했던 사진관을 비영리로 전환했고, 현재 그의 뜻에 동참하여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사람이 2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시간을 쓰는 자유를 선택하기 위해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현재 만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가는 직장인은 소수다. 왜 그럴까.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을 보면 사회적 증거의 법칙이란 것이 나온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주변을 살피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게 되고, 다수의 사람이 하는 방식을 따라가는 심리적 성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1000만 관객’ 영화나 ‘100만 부가 팔린’ 책을 왠지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칙의 부작용도 있다는 생각을 어느 날 문득 하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을 하고, 50대 근처에서 직장을 나오면, 퇴직금으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 직장인의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해답이 없는 삶을 남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삶이 만족스럽다면 다행이지만, 남과 비슷하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정말 재능이 있고 좋아할 일을 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강 작가는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만든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나서 쓴 에필로그에서 이들의 공통점을 상대적인 가치보다 자신만의 절대가치를 찾는 것으로 보았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면 나에게 어떤 카드가 있는지를 다시 살펴보자. 내가 정말 좋아하고,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도 오랫동안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강 작가의 결론처럼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