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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날개’ 달고 지구 한바퀴, 청정에너지의 신세계를 열다

입력 | 2016-07-27 03:00:00

태양광비행기 ‘솔라 임펄스2’ 탄소배출 없이 4만3041km 비행
피카르 회장, 아부다비에 착륙… 반기문 총장 “인류의 역사적인 날”




505일 만에 대장정 마쳐 세계 최초로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솔라 임펄스2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오른쪽)과 앙드레 보르슈베르그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환영 인파의 환호에 팔을 치켜들며 화답하고 있다. 솔라 임펄스 제공

“당신의 깨끗한 미래가 현실이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기름 한 방울 없이 세계일주에 성공한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2’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58)은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그가 개발하고 운항한 솔라 임펄스2는 이날 오전 4시 5분(현지 시간) 첫 출발지였던 아부다비에 착륙하며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015년 3월 9일 아부다비를 출발한 지 505일 만이다(본보 19일자 A20면 참조).

15년 연구의 결실인 솔라 임펄스2는 세계 17개 도시를 거치며 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고 4만3041km를 558시간 6분 동안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태양광 에너지를 흡수할 셀 1만7248개를 담은 기체는 날개 길이가 72m로 보잉747 날개(68.5m)보다 길지만 무게는 자동차 1대 수준인 2.3t에 불과하다. 몸집을 초경량화해 에너지 부담을 덜었다.

세계일주 마지막 구간인 이집트 카이로∼UAE 아부다비를 비행하는 동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요한 슈나이더암만 스위스 대통령 등 세계 각계 인사의 격려 인터뷰가 이어졌다. 반 총장은 25일 저녁 솔라 임펄스2 조종간을 잡고 있던 피카르 회장과 9분 21초 동안 위성 인터뷰를 통해 “오늘은 인류의 역사적인 날이다. 당신의 위대한 실험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반 총장은 피카르 회장을 미국의 유명 공상과학 영화 ‘스타트렉’의 동명이인 주인공 ‘(장뤼크) 피카르 함장’에 빗대며 “당신이 진정한 스타트렉 캡틴”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피카르 회장은 악천후와 바람을 이겨내며 인류의 극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줬다”며 “인류가 가진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하는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둘은 2013년 피카르 회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나 3년간 우정을 쌓아왔다. 반 총장이 자신의 생일인 지난달 13일 솔라 임펄스2가 기착해 있던 뉴욕 JFK공항을 찾아 피카르 회장과 생일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에는 피카르 회장의 모국인 스위스의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부통령, 솔라 임펄스2 관제센터가 있는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 등이 마중 나와 역사적 모험의 성공을 축하했다. 피카르 회장은 환영 행사에서 이번 여정을 ‘새로운 에너지 역사의 시작’이라고 규정하고 “10년 안에 50명을 실어 나르는 전기비행기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솔라 임펄스2의 쾌거는 향후 여객용 전기비행기 상용화나 에너지 효율 최적화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카르 회장은 “인류가 미래에 더 나은 세상에서 살려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만 있으면 언제든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에너지 소모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피카르 회장은 1999년 액화 프로판 가스 3.7t을 실은 열기구로 최초의 무착륙 세계일주에 성공한 이후 태양광 비행기로 또다시 최초의 세계일주에 성공하며 3대에 걸친 탐험 명문가의 전통을 이어갔다. 그의 할아버지 오귀스트는 인류 최초로 성층권에 도달했고, 아버지 자크는 역사상 최초로 해저 1만 m를 잠수해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을 탐험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