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5년 동안 수도권 규제 때문에 투자를 철회한 기업 중 공장을 지방으로 옮긴 기업은 9개인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은 28개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6일 개최한 ‘수도권 규제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 기간 62개 기업이 공장 신·증설 투자 시기를 놓쳐 3조332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일자리 1만2059개가 날아갔다. 1982년 도입한 수도권 규제가 기업과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는 부작용만 드러낸 셈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국토기본법 등에 명시된 중복 규제로 한국은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낙인찍혔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무허가 공장이 난립하면서 환경오염이 되레 심해지는 예상치 못한 사태도 생기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을 옥죄면 지방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업들이 공장입지를 중시하는 현실을 헤아리지 못한 탁상행정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않는 기능적 접근’을 규제 완화의 해법으로 내놓았다. 수도권만 골라 규제를 철폐하면 지방이 반대할 것이니 수혜지역의 티가 나지 않도록 하는 우회 전략인 셈이다. 규제 기요틴 과제 추진, 산업단지 인허가 규제 완화, 규제프리존 도입 추진이 모두 이런 기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실망스럽다. 최근 상황은 변죽만 울리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일자리와 성장의 두 토끼를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 입증했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를 맞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이 수도권 문호를 개방하며 기업 유치에 매진하는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뒷걸음만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이 최근 야당 의원으로서 10년 만에 수도권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규제 완화를 추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정책을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 공장 신증설 규제부터 완화하고 이에 따른 과실을 지방과 나누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