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정치부 차장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자 이 총재의 특보 역할을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부리나케 이 총재를 만나러 갔다. 윤 전 장관은 “얼른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법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다. 뭐가 문제란 말이냐”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윤 전 장관은 최근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이 총재가 여전히 정치인이라기보다 리걸 마인드를 중시하는 법조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리걸 마인드는 법률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쟁점에 대한 균형 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법률가에게 꼭 필요한 소양이다. 쉽게 말하면 모든 사안의 기준을 법으로 보는 태도다. 법에 비춰 옳고 그름을 분별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리걸 마인드가 법을 다루지 않는 영역에서까지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처한 상황도 그런 것 같다.
그의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우 수석의 머릿속에서 작동하고 있을 리걸 마인드는 그의 현 지위에서는 맞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법률가가 아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는 법과 정치가 서로 얽혀 상호작용을 하는 영역에 있다. 한 나라의 수반을 모시는 주요 참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법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국회 개정을 검토해보자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법(SOFA)이 문제가 있으니 고치면 되고, 법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했으니 부쳐보자는, 전형적인 리걸 마인드의 발로다. 두 사람 중 누가 내년 대선에서 이길지 모르겠지만 국제정치도 법으로 풀 수 있을 거라는 발상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