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삼성 이승엽(40)이 치면 역사가 된다. 비단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홈런이나 중심타자에게 중요한 통산최다타점뿐만이 아니다. 그가 치는 안타마다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고 있다.
이승엽은 이전에도 안타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1997년에는 20세11개월의 나이로 한 시즌 최연소 100안타를 기록했고, 2002년 4월27일 광주 KIA전에서는 25세8개월9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통산 1000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승엽의 발자취는 매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는 28일 대구 NC전에서 3-1로 앞선 5회 무사 1·2루서 1타점 적시2루타를 치며 14년 연속 100안타를 달성했다. KBO리그 최다연속100안타기록을 가지고 있는 양준혁(은퇴·16년 연속 1993년~2008년)과 박한이(삼성·15년 연속 2001년~2015년)에 이어 역대 3번째 대기록이다.
이승엽의 올 시즌 안타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순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는 28일까지 91경기에 출장해 100안타, 74타점을 올렸다. 중심타자로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고, 후반기에는 최형우(33)가 빠진 4번타자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이 할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그는 27일 4-1에서 4-2로 추격당한 3회 무사 2루서 2점홈런으로 안타 하나를 추가했다. 올 시즌 99번째 안타를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호쾌한 홈런포로 기록했다. 28일에도 추가점이 필요했던 5회 무사 1·2루서 달아나는 점수를 내는 2루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정작 이승엽은 기록 달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4년 연속 100안타에 대해서도 “아무 의미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 중요한 건 개인기록이 아니다. 내 안타, 홈런, 타점보다 팀이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지금 팀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팀이 더 나아질 수 있는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그 기록은 영원히 남아 회자된다. 그러나 이승엽은 개인이 아닌 팀의 기록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에게 ‘국민타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는 이유다.
대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