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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MOVIE]“잔잔함 속 진한 감동” vs “강력한 한방이 없어”

입력 | 2016-07-29 03:00:00

한국영화 여름대전 ③ 덕혜옹주




영화 ‘덕혜옹주’에서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의 삶을 그린 배우 손예진(오른쪽). 그는 “덕혜옹주는 어찌할 수 없는 가혹한 역사 속에서 미쳐버렸던 가련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고종 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13세 때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일본 쓰시마 섬 영주의 아들인 소 다케유키(宗武志)와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정신병원에 15년이나 입원하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허진호 감독은 38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덕혜옹주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동시에 갖춘 배우로 꼽히는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는 다음달 3일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흥행할 수 있을까. 》

▽장선희=‘덕혜옹주’는 ‘부산행’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여름시장 저격용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돋보여. 영화 마지막, 노쇠한 덕혜옹주가 덕수궁 중화전 앞에 앉아 사이다 마시는 장면에선 오랜만에 울컥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감동이 있던데.

▽이지훈=글쎄. 강력한 ‘한 방’이 없잖아. 다른 작품에선 좀비 떼가 정신없이 덮치고 연달아 포탄이 터지는 마당에 극성수기 여름시장에 개봉하는 영화치곤 약해. 차라리 가을에 개봉하지.

▽장=굳이 ‘한 방’을 넣지 않은 것. 그게 좋더라. 허진호 감독의 전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처럼 과장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오히려 뭉클함을 주잖아. 관객에게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울고 싶더라.

▽이=소설이랑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여심(女心)은 흔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 관객한테도 어필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액션신인 ‘영친왕 망명작전’만 해도 평범한 총싸움 수준이었잖아. 액션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장=오히려 반대야. 허 감독의 영화에서, 그것도 ‘덕혜옹주’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쓸데없이’ 액션신이 부각될까 걱정했거든.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만큼, 과하지 않은 액션이 담긴 게 매력이라고 봐.

▽이=요즘 시대에 너무 ‘비련의 여주인공’이 전면에 나온 것도 어쩐지 올드해. 덕혜옹주라는 소재 자체의 한계인 것 같긴 한데….

▽장=그 틀 안에서 손예진은 인생연기 했더라. 본인도 영화 보며 울었다잖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서 포악한 일본군들이 적잖이 묘사될 줄 알았는데 웬만해선 등장도 않고 얼굴도 잘 안 비추더라고. 영화의 악역은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1인으로 압축돼. 영화 속 나머지 큰 공간을 손예진이 빈틈없이 잘 채웠어.

▽이=덕혜옹주가 미화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야. 덕혜옹주와 독립군이 연관돼 있는 것처럼 그려진 대목이나, 영친왕 망명작전 같은 부분은 역사왜곡 논란이 나올 법해.

▽장=덕혜를 영화 ‘암살’(2015년) 속 ‘안옥윤’(전지현) 같은 독립투사처럼 그리진 않았잖아. 그 정도의 픽션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고 봐.

▽이=이우 왕자 역으로 배우 고수의 등장은 좀 놀랍더라. 이우 왕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꽃미남’이란 게시물로 온라인에서도 유명했거든.

▽장=허 감독이 “이우 왕자랑 닮았으니까 출연해 달라”고 했다잖아. 요즘 영화마다 숨겨둔 복병을 출연시키는 게 유행인가 봐. 부산행에는 심은경, 인천상륙작전에선 김선아, 추성훈이 깜짝 출연했잖아.

▽이=흥행은 좀 힘들지 않을까? 다른 영화 제쳐두고 볼만한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거든.

▽장=덕혜옹주는 최근 동아일보가 일반 관객 300명을 조사한 결과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에 꼽히기도 했어. 소설만 해도 10년간 가장 많이 읽힌 소설 8위에 꼽히기도 했잖아. 덕혜옹주가 호소력 있는 소재라는 증거 아닐까.

 
○한 줄 평과 별점

장선희 기자 울리지 않아 눈물이 나는 영화 ★★★☆

이지훈 기자 장면은 아름답지만 소재도 메시지도 다소 약한 느낌 ★★★

정양환 기자 백 년이 지나도 서글픈 일제강점기. 신파인들 좀 어때 ★★★☆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