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대전 ③ 덕혜옹주
영화 ‘덕혜옹주’에서 조선의 마지막 황녀 ‘이덕혜’의 삶을 그린 배우 손예진(오른쪽). 그는 “덕혜옹주는 어찌할 수 없는 가혹한 역사 속에서 미쳐버렸던 가련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선희=‘덕혜옹주’는 ‘부산행’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여름시장 저격용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돋보여. 영화 마지막, 노쇠한 덕혜옹주가 덕수궁 중화전 앞에 앉아 사이다 마시는 장면에선 오랜만에 울컥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감동이 있던데.
▽이지훈=글쎄. 강력한 ‘한 방’이 없잖아. 다른 작품에선 좀비 떼가 정신없이 덮치고 연달아 포탄이 터지는 마당에 극성수기 여름시장에 개봉하는 영화치곤 약해. 차라리 가을에 개봉하지.
▽이=소설이랑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여심(女心)은 흔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 관객한테도 어필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액션신인 ‘영친왕 망명작전’만 해도 평범한 총싸움 수준이었잖아. 액션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장=오히려 반대야. 허 감독의 영화에서, 그것도 ‘덕혜옹주’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쓸데없이’ 액션신이 부각될까 걱정했거든.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만큼, 과하지 않은 액션이 담긴 게 매력이라고 봐.
▽이=요즘 시대에 너무 ‘비련의 여주인공’이 전면에 나온 것도 어쩐지 올드해. 덕혜옹주라는 소재 자체의 한계인 것 같긴 한데….
▽장=그 틀 안에서 손예진은 인생연기 했더라. 본인도 영화 보며 울었다잖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서 포악한 일본군들이 적잖이 묘사될 줄 알았는데 웬만해선 등장도 않고 얼굴도 잘 안 비추더라고. 영화의 악역은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1인으로 압축돼. 영화 속 나머지 큰 공간을 손예진이 빈틈없이 잘 채웠어.
▽장=덕혜를 영화 ‘암살’(2015년) 속 ‘안옥윤’(전지현) 같은 독립투사처럼 그리진 않았잖아. 그 정도의 픽션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고 봐.
▽이=이우 왕자 역으로 배우 고수의 등장은 좀 놀랍더라. 이우 왕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꽃미남’이란 게시물로 온라인에서도 유명했거든.
▽장=허 감독이 “이우 왕자랑 닮았으니까 출연해 달라”고 했다잖아. 요즘 영화마다 숨겨둔 복병을 출연시키는 게 유행인가 봐. 부산행에는 심은경, 인천상륙작전에선 김선아, 추성훈이 깜짝 출연했잖아.
▽이=흥행은 좀 힘들지 않을까? 다른 영화 제쳐두고 볼만한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거든.
○한 줄 평과 별점
장선희 기자 울리지 않아 눈물이 나는 영화 ★★★☆
이지훈 기자 장면은 아름답지만 소재도 메시지도 다소 약한 느낌 ★★★
정양환 기자 백 년이 지나도 서글픈 일제강점기. 신파인들 좀 어때 ★★★☆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