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앵커 출신 늦깎이 목회자…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
베이직교회 예배당에 선 조정민 목사. 설교단과 예배석의 높낮이가 없고 의자는 접이식이다. 교회 외관에 집착하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다. 뒤에는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 나오는 9가지 성령의 열매가 조각돼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 정도의 절박함이 아니면 쉽지 않다고 본 것일까. 서울 강남구 학동로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65)는 최근 출석 교인이 1500명에 육박하자 교회 분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인근 2곳을 빌려 따로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교회가 커지면 계층과 권력이 생기고, 그것이 시스템화하면 교인과 하나님의 소통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 쉽습니다. 한국의 대형 교회가 장점도 갖고 있지만 권력화하면서 목회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회가 커지는 걸 하나님의 축복이나 목회자의 능력이라고 착각해선 안 됩니다.”
그가 목회와 강연 등에서 강조하는 것은 신자들이 교회의 삶에 너무 얽매여, 오히려 신앙의 본질과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신자들을 너무 교회에 가둬두고 있다는 겁니다. 교회는 살찌는데 사회는 ‘빈혈’에 걸려 있습니다. 신자들이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사회로 흩어져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는 이른바 ‘은혜롭다’는 목사를 찾아다니는 것도 신앙의 껍데기만 보는 오류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과외에 길들어 있어서 그런가요(웃음). 누가 꼭꼭 씹어 설명해주길 원해요. 목사는 예수님을 쳐다보라고 하는 손가락과 같습니다. 목사의 설교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설교를 직접 보세요. 마태복음 산상수훈, 요한복음의 다락방강화만이라도 잘 읽고 묵상해 보세요.”
이런 파격적 비판은 목사가 커지고 예수는 작아지는 우리 교회의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로 보였다. 교회 건물과 교인 수에 연연하지 않고 예수만 보고 가는 온라인 교회, 트위터 교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매일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팔로어는 2만7000명, 트위터 팔로어는 19만 명이 넘는다. “예수님의 메시지가 흘러가고 그 메시지가 공유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라는 발상과 맥이 이어진다.
조 목사는 최근 사회가 각박해지고 갈등이 커지는 것도 ‘크리스천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연예인 신자 등과 함께 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사람들을 낙심시키거나 분노하게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평안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 “최근 래퍼 비와이가 욕설이나 상대 비하 대신 복음을 들려주는 랩으로 TV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사실이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새로운 개신교 문화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그분의 사랑을 느꼈으면 합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