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 ‘컨디셔닝’ 기법 각광
여자 양궁 대표팀 최미선 선수가 이달 초 고척스카이돔에서 소음 및 조명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최 선수를 비롯한 올림픽 양궁대표팀 전원은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뇌파를 측정하는 ‘심리 컨디셔닝’ 훈련을 실시했다.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뇌파를 측정하면(가운데 사진) 즉시 신호등 색깔로 표시돼(맨 아래 사진) 심리적 안정 상태를 알 수 있다. 동아일보DB·한국스포츠개발원 제공
여기에 선수들을 돕기 위한 스포츠과학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존에도 운동생리학이나 심리학 지식을 이용해 경기 준비를 해 왔지만 최근에는 환경요소까지 고려한 ‘컨디셔닝(conditioning)’ 기법이 각광받고 있다.
● 인공 빛으로 시차 극복, 침 속 효소로 스트레스 분석
현지에서는 도착 후 하루 이틀이 중요하다. 낮 시간에 도착한 선수들은 절대 낮잠을 자면 안 되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밤까지 수면을 늦춰야 한다. 반대로 저녁에 도착하면 빨리 잠자리에 든다. 빠른 적응을 위해 멜라토닌 호르몬제나 카페인을 따로 섭취하기도 하며, 오후 3시까지는 빛을 쬐고 그 이후에는 피하는 방식으로 수면 시간을 조정한다.
민석기 한국스포츠개발원 선임연구원은 “현지 시간이 낮일 때에 맞춰 출국 전 3∼5일 정도 광선치료를 실시하면 멜라토닌 분비 시간이 바뀌어 수면 리듬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론 신체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과정에 돌입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분석이다. 침 속 아밀레이스 효소를 측정하면 시차나 압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를 알아내 훈련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아밀레이스는 오전 10시에 분비량이 가장 적고, 오후 3∼5시에 많아지기 때문에 채취시간을 엄격하게 지킨다.
한국대표단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스트레스 분석을 처음 사용했는데, 평균적으로 도착 2일 차에 스트레스가 가장 많고 이후 혈압, 심박, 체온, 스트레스가 낮아지면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훈련을 할 때도 이 리듬에 맞춰 강도를 높인다. 스트레스가 높을 때 무리하게 훈련하면 컨디션 저하, 부상 등의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궁이나 사격과 같이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특별히 ‘심리 컨디셔닝’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히 양궁은 심리 컨디셔닝 전문가가 현지까지 따라가는 유일한 종목이다.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뇌파의 변화를 읽어내는 ‘뉴로피드백’ 시스템을 동원한다. 두피에 전극을 붙인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몰입하면 뉴로피드백 시스템이 선수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화면에 표시해 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언제 안정적인 뇌파가 나오고, 언제 불안정한 뇌파가 나오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조용인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은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조준이 잘돼 과녁이 크게 보였던 때를 중점적으로 보여줘 경기 중에도 긍정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며 “시각으로 기억된 것은 떠올리기도 쉬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그동안의 고된 훈련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시합 때까지 몸과 마음의 상태를 최상으로 다듬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선수들마다 다른 생리적 차이를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컨디셔닝 기법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달의 색깔을 바꾸는 스포츠 컨디셔닝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