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이승헌 특파원 현장 르포]
오바마, 44분간 격정의 지지연설
“힐러리, 나보다 대통령에 더 적합” 참석자 열광… 흑인들 눈물 흘려
“미국은 이미 위대하고 강력” 트럼프의 美우선주의 정면반박
연설 마치자 힐러리 깜짝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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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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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특파원
연설의 달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격정적인 웅변으로 자신의 8년 과업을 이어 줄 후계자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27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50분경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 연단에 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용기와 긍정의 나라다. 이를 이끌 수 있는 것은 바로 일생을 미국에 헌신해 온 힐러리 클린턴뿐”이라고 말했다. 백악관행 티켓을 놓고 8년 전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던 클린턴의 승리에 오바마는 모든 것을 건 듯했다.
이승헌 특파원
이어 “힐러리는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서 주요 결정에 참여했으며 당시 보여준 지적 능력과 일에 대한 헌신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이 보여준 열정과 조직력 그리고 인내심을 본받아야 한다”며 샌더스 지지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선 “계획도 없고, 사실에 기반을 둔 사람도 아니다. 무엇보다 70년 동안 노동자의 인생에 한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 미국인들의 챔피언이, 여러분의 목소리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해 “미국은 이미 위대하고 강력하다”며 “미국은 스스로를 구세주라 여기는 트럼프에게 의지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들에 미군 주둔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며 철군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미국의 가치가 ‘가격표(price tag)’로 매겨지는 줄 아느냐. 미국은 그런 것을 넘어선 헌신 덕에 세계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사설에서 “미국의 건국 교훈을 설득력 있게 지켜 낸 탁월한 인간이자 대통령의 고별사”로 규정하고 “아름답고 감성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칼럼니스트 E J 디온 주니어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이번 가을엔 오직 하나의 논리적 선택만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설득력이 있었다”고 적었다.
앞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팀 케인 상원의원은 “내 아들의 목숨을 맡길 만큼 클린턴을 믿는다”고 말했다. 케인의 아들 냇 케인은 해병대원으로 복무 중이다. 연설 중간에 유창한 스페인어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관심을 산 그는 트럼프에 대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7일 발표한 USC와의 공동 여론조사(20∼26일 실시)에서 클린턴은 전국적으로 40%를 얻어 47%의 트럼프에게 7%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클린턴의 대선 후보 지명과 샌더스의 대승적 승복 등 호재까지 반영된 것이어서 클린턴의 지지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