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논설위원
“국민들이 관심도 없고 개막이 코앞인데 아직도 반대 여론이 절반을 넘는다. 올림픽 역사상 120년 만에 처음 남미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싸늘하다. 이곳 언론들은 경제는 100년 만에 최악이고 정치는 30년 만에 최악인 판국에 무슨 올림픽이냐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다음 달 5일 마라카낭 주경기장 개막식 입장권 판매율은 70%대에 불과하고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독일 스페인 등 주요 정상들도 대부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 한다. A 씨는 “테러와 치안 불안, 지카 바이러스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은 한때 90%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고 현직은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기대가 컸던 사람이어서 국민들 배신감이 더 크다. 두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는 올림픽 기간에도 계속될 것 같다. 현재 브라질 정권은 ‘식물정권’이다.”
2006년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국민들의 자신감이 대단해 매우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원도 많고 땅도 넓은 이 나라가 왜 당시 ‘브릭스(BRICs)’ 맨 앞줄에서 ‘남미 대륙의 중국’에 비견되는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꼽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꼭 10년 만에 전해 듣는 국가 위기는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정치가 엉망이면 한때 잘나가던 나라도 속절없이 무너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섬찟함마저 든다.
정치권과 국영기업 유착 비리는 우리와도 겹쳐진다. 우리 역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대우조선해양의 낙하산 부대들이 저지른 대규모 ‘금융사기’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최근 터져 나온 권력층 비리는 또 어떤가. 공직자의 사명감은커녕 돈에 대한 탐욕만 가득한 사람들을 바라보노라면 거리로 뛰쳐나간 브라질 국민들 심정이 이해가 간다.
올림픽 분위기가 너무 안 뜬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면 “먹고살기도 힘들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한국 국민도 정치 리더십에 대한 환멸과 불신, 냉소와 분노로 하루하루 삶이 힘들고 올림픽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을 보며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도 발전한다, 정치는 국민 신뢰가 생명이다’는 고전적 명제들이 새삼 떠오른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